저축은행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등에서 부실이 발생하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충당금 적립액도 커지면 수익성 악화로까지 이어진다. 건전성과 수익성 관리란 '이중고'에 처한 저축은행이 위기대응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SBI저축은행이 '올해 위기로 꼽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동성 리스크라고 답했다.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유동성비율은 작년 말부터 올라 150% 수준을 기록했는데 상승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SBI저축은행은 유동성 이외의 리스크에 대한 대비 태세도 갖출 방침이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전체적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를 최대 이슈로 지목했다.
◇당면 위기 '유동성 리스크', 예수금 48% 만기 돌아온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당면 위기로 유동성 리스크를 꼽았다. SBI저축은행은 '더벨 위기대응 체계 설문조사'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3~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여전히 유동성 확보가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계엔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2022년 11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며 채권 금리가 치솟았다. 이에 저축은행도 금리를 올려 방어에 나섰고 수신 잔액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예수금 만기가 돌아올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올 하반기에도 이 여파가 지속된다는 판단이다. SBI저축은행 경영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는 5조559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예수금 잔액 11조4769억원의 48.44%에 해당한다.
유동성 위기가 닥쳤던 작년 말 6개월 이내 만기도래 예수금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6개월 이내 만기도래 예수금은 5조6885억원으로 올해 상반기보다 1290억원 더 많았다.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22년 상반기 예수금(4조4782억원)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2년 새 예수금은 24.15% 급증했다.
SBI저축은행은 유동성 위기 대응을 위해 예수금과 대출부채의 만기구조 불일치를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기준 3년 이하 만기 도래 예수금은 11조4607억원으로 대부분(99.86%)을 차지한다. 반면 3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부채는 5조471억원으로 전체(11조2384억원)의 44.9%에 불과하다.
◇유동성비율 150%대, 하반기 상승세 이어질까
SBI저축은행이 올해 위기로 유동성을 고른 만큼 관련 지표를 개선해 나갈지 주목된다. 유동성비율이란 단기조달자금에 대한 단기자금운용을 나타내는 지표로 그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유동성비율은 153.33%로 나타났다. 유동성비율은 작년 상반기 말 164.48%로 고점을 찍었고, 같은 해 3분기 말 105.91%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유동성비율이 상승해 전년 말 132.96%, 올해 1분기 말 148.2%를 기록했다. 법정 기준 100%와 비교하면 충분한 수치지만, 전체 저축은행업계의 유동성비율 231.79%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SBI저축은행은 하반기 업계 전체가 대비해야 할 위기로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언급했다. SBI저축은행은 "한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상황으로 조달비용이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예상과는 다르게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된다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SBI저축은행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SBI저축은행은 부동산PF 등 기업대출보단 가계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가계대출 비중은 1년 새 50.95%에서 53.77%까지 커졌다. 고금리 장기화에 주요 고객인 중저신용자의 상환 여력이 약해졌는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연체율 관리가 수월해진다.
또 SBI저축은행은 "당사는 부동산PF 비중이 적은 편이나 전체 업계로 볼 때 사업성 재평가와 강화된 자율협약 조건에 따라 PF 사업장 정리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976억원으로 연체율은 3.1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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