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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평평 BC카드…'KT맨' 일변도→외부인 사장 선임

KT그룹 인수 후 6명 중 4명이 KT 출신…비KT·IT 전문가로 관행 끊나

김보겸 기자  2024-09-02 07:28:39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BC카드는 KT 출신들이 대표이사(CEO)에 올라 왔다. 산업계열 금융사 CEO들의 숙명이다. KT그룹에 인수된 이후 현재까지 BC카드 대표에 오른 6명 중 4명이 KT맨이다.

그런데 공고한 KT라인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BC카드에 KT와 한 발짝 떨어져 경영을 감시하던 사외이사 출신이 CEO로 기용되면서다. 본업인 매입업무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출신보다는 실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KT, 삼성, KT, KT, KT…짙어진 순혈주의

BC카드는 2011년 KT그룹에 인수됐다. 인수 이후 대표에 오른 인물은 총 6명이다. 이 중 삼성생명 출신인 서준희 전 대표와 현 최원석 대표를 제외한 4명의 대표 모두 KT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수 이후 첫 수장으로는 KT 계열사 대표가 선임됐다. 2011년부터 3년간 BC카드를 이끌었던 이종호 전 대표는 KT캐피탈 대표이사 출신이다.



'KT맨' 이후 '삼성맨' 기용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출신 황창규 KT 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서준희 전 대표를 이종호 전 대표 후임으로 앉히면서다. 서준희 전 대표는 삼성생명과 삼성자동차, 삼성증권, 에스원 등에서 근무했다. 보험과 증권업 경험이 풍부한데다 여러 기업에서 전략 마케팅 및 자산운용, PB 사업 등 핵심 요직을 거친 금융 전문가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30년 넘게 삼성맨으로 지내 온 서준희 전 대표와 BC카드의 시너지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서준희 전 대표가 2014년부터 3년간 BC카드를 이끌면서 BC카드는 'KT그룹 효자 계열사'로 성장했다. 수익을 안정화한데다 적자 해소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2016년 케이뱅크가 카드업무를 맡아줄 파트너사로 우리카드가 아닌 BC카드를 선정한 것도 그의 임기 때 일이다.
삼성맨 효과를 톡톡히 본 BC카드였지만 이후로는 줄곧 KT 출신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서준희 전 대표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지만 용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순혈주의도 짙어졌다. 서준희 전 대표 후임인 채종진 전 대표는 1986년 KT에 입사해 줄곧 KT에서만 근무해 온 정통 KT맨이다. KT 텔레캅 대표이사와 KT 기업통신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는 BC카드 영업총괄부문장으로 현장영업을 맡았다.

대표들의 전문성은 경영환경에 따라 달라졌지만 '정통 KT맨'이라는 정체성은 계속됐다. 이문환 전 대표는 KT 민영화 이전인 1989년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KT 내부에서는 '전략통' 경력을 쌓아 왔다. 전략기획실과 경영기획부문 등 임원 등을 지냈다.

이동면 전 대표가 선임된 2020년은 그룹 ICT 사업 확대가 필요던 시기다. 이동면 전 대표는 순혈 KT 출신에 공학 전문가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던 인물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마친 이동면 전 대표는 1991년 KT에 입사해 통신연구와 개발 분야에서 근무했다.

KT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BC카드에 개발자 DNA를 이식하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다.

◇최원석 대표, KT 출신 대표 관행 끊어내

KT 임원 출신이 대표이사를 독식하던 BC카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2021년 이동면 전 대표가 선임된 지 1년만에 대표이사를 외부 출신으로 교체하면서다. 최원석 대표는 금융과 IT를 결합한 에프앤자산평가를 설립한 금융·데이터 융합 전문가다. 은행 경제연구소와 증권사도 거쳤다. 국내 최초로 금융상품 통합 평가 엔진을 개발한데다 6년간 BC카드 사외이사로 근무해 왔다.

사외이사에서 대표이사로 직행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2018년 이후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가 본격화한 와중에도 BC카드는 특히 타격이 컸다. 전업계 카드사들과 달리 신규회원 모집, 카드 발급 업무가 아니라 은행 등에 프로세스나 카드망 제공 업무를 주된 먹거리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익성 악화에 대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KT 출신이라는 정량적 조건보다는 금융과 기술을 융합해 BC카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BC카드가 외부출신 CEO 선임 기조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산업계열 금융사 CEO 선임에는 그룹 회장 의중의 뜻이 담기는데다 KT그룹 역시 정권이 교체되면 CEO가 바뀌기 때문이다. 다만 최원석 대표가 외부출신 대표이사 출발선을 끊은 만큼 외부 수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 이후 10여년이 지나 KT 색채가 뚜렷해진 만큼 모회사 영향력을 강하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덜해졌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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