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당 n만원'이라는 배당금에는 '통큰 배당'이라는 수식어가 단골로 붙는다.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시장 전체를 돌아봐도 흔치 않은 조건이다. 이런 배당 규모를 오래 이어온 곳이 고려아연이다. 수혜자는 당연히 지분율이 높은 주요 주주들이다. 핵심 주주인 영풍은 25%가 넘는 지분율을 보유하며 고려아연의 배당금을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해 왔다.
고려아연은 최근 주당 1만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결산배당 결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중간배당은 전년대비 규모를 유지했다. 영풍도 중간배당으로 약 526억원의 수익을 얻게 됐다. 하지만 같은 날 이사회에서 의결된 자사주 추가매입은 불리한 전개라고 영풍은 해석한다. 이사회에 참여한 장형진 영풍 고문의 반대표가 증명한다.
◇'주당 1만원' 중간배당 결의한 고려아연, 영풍 배당수익 고려아연은 이달 주당 1만원의 중간 배당을 결정해 고지했다. 주당 중간 배당액은 지난해와 같은 금액으로 책정됐다. 배당금 총액은 2055억원으로 순이익 대비 비율은 71.4% 규모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2월 향후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유지하고 연 1회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4조원대 주주환원 계획도 전했다. 10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진행한다는 목표였다.
THE CFO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연간 배당금 총액은 2019년 2474억원, 2020년 2651억원, 2021년 3534억원, 2022년 3972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 초 지난해 결산배당 금액을 전년 1만원에서 5000원으로 낮추며 2023년에는 배당총액이 3026억원으로 줄었다.
고려아연의 배당금은 여전히 영풍의 쏠쏠한 수익원이다. 2영풍은 이번 중간 배당으로도 500억원이 넘는 배당 수익을 쌓게 됐다.
올해 3월 말을 기준으로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수는 525만8797주, 지분율은 25.15%다. 1분기 말 지표에 따르면 약 525억88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지분율이 3.45%로 수익금은 72억1798억원이다. 이밖에 장 고문 측의 지분율로 약 32~33%를 전망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두고 엇갈린 해석…주주환원vs영향력 확대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같은 날 자사주 4000억원을 추가 매수한다는 내용도 결의했다. 고려아연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보유 현금을 활용한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5월 고려아연이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자 고려아연은 별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특정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지분 확보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다.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최근 3년 간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1년 말에는 영풍의 지분율이 27.49%, 장형진 영풍 고문의 지분이 3.83%였다. 영풍정밀이 1.56% 수준이다. 장 고문 일가의 지분과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지분들을 더하면 약 35%가 나온다. 2022년 말에는 영풍의 지분율이 26%대로 내렸고 2023년 말에는 25%대가 됐다. 장 고문의 지분도 하락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올해 매수한 1500억원의 자사주의 일부는 소각하고 나머지는 내부 임직원 평가보상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에 추가로 사들이는 4000억원에 대해서도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계약 목적을 명시했다.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풍의 신뢰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모양새다. 고려아연이 공시한 자사주 신규 취득의 건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자기주식 취득으로 인한 여러가지 이득과 기타 미치게 될 영향에 관하여 출석 의사들이 토의하자 이사 장형진이 반대했다"며 "의장이 해당 건을 승인해줄 것을 제의하자 (중략) 장형진 이사 외 나머지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결의했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