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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헤지펀드라이노스자산운용

'패배없는 게임' 호시우행…10년차 뚝심의 코뿔소

몽골 현지 운용사·증권 자회사 설립, 연간 200% 성장

윤기쁨 기자  2024-08-07 06:10:37

편집자주

펀드 비즈니스가 핵심인 운용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현재 400곳을 넘어섰다. 특히 종합자산운용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일반사모운용사들은 지금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가려져있다. 더벨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반사모 운용사들의 탄생 배경과 투자 전략, 운용인력들의 면면 등을 낱낱이 해부해본다.
라이노스자산운용 사명은 코뿔소(Rinos)에서 따왔다. 고객의 수익만 바라보고 코뿔소처럼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엄격한 컴플라이언스로 설립 이후 단 한번의 사건·사고 없이 묵묵히 안정적인 운용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2016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라이노스자산운용은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주력으로 성장해왔다. 2020년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라이선스도 획득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 철학은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투자'다. 손실은 막고 수익은 무한대로 열어둬야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에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보다 먼저 손실을 감당하는 후순위 투자자를 자처하고 있다. 별도 고유자산 운용 없이 모두 펀드에 넣어 책임투자를 실현 중이다.

실제 이들의 주요 투자처인 CB는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떨어지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안정적이다. SPAC(기업인수목적회사)도 이슈가 발생해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보고, 하락해도 만기 청산배당금과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원금을 보장받는 식이다.


◇독보적인 메자닌 발굴 역량, 국내 최초 '글로벌CB' 펀드 출시

메자닌 투자 전문하우스인 라이노스자산운용은 특히 글로벌 CB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해외로 시선을 넓혀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CB들을 발굴하고 있다. 투자자문사 시절인 2013년부터 홍콩과 교류하며 해외 IB(투자은행) 네트워크를 쌓았다. 주로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서 재무 현황과 상환 능력, 대주주와 경영진 신뢰성 등을 고루 평가해 투자한다.

'국내 최초' 타이틀도 다수 보유 중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도네시아·미국·홍콩 등 국내외 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에 동시에 투자하는 상품(라이노스 글로벌전환사채 사모펀드)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이외에도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와 CB를 결합한 펀드, 구조화·M&A·벤처캐피탈, PEF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운용 중이다.

2017년에는 몽골산업은행이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CD)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 국내에서 판매해 크게 흥행했다. 2018년에는 몽골에 직접 라이노스자산운용몽골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라이노스투자증권도 세웠다.

몽골에서 외국계로는 최초의 자산운용업 라이선스 취득이다. 이후 몽골 금융당국과 꾸준히 협력하고 제도 관련 자문을 제공하면서 현지 자산운용업 토대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라이노스자산운용몽골과 라이노스투자증권몽골은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2021년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정부 및 유관기관들과 네트워킹 형성하며 몽골산업은행 CD 발행을 단독으로 주관하기도 했다. 독점 소싱 채널을 확보해 나가며 수익 기반을 구축했다.

성과도 우수하다. 현지에서 설정한 라이노스자산운용몽골의 '라이노스 몽골채권 사모펀드'는 현재 3호까지 출시돼 청산을 마친 상태다. 연간 누적수익률은 평균 15% 내외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거뒀다. 우량한 상장 발행사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덕분이다.

이 펀드는 회사형으로 만기가 도래하면 자산만 바뀌고 계속해서 존속하는 구조다. 편입된 자산이 만기되면 수익자들에게 전원 배분하고 새로운 자산을 편입해 운용한다. 계약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달리 몽골은 회사형 펀드만 허가하고 있다. 4·5호 신규 설정을 준비하며 규모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최초 몽골 진출, 현지 탄탄한 네크워크로 상위 증권사로 '우뚝'

라이노스투자증권몽골 대표는 배상혁 상무다. 배 상무는 라이노스자산운용에서 대체투자와 PE를 비롯해 몽골 계열사들을 함께 이끌고 있다. 옛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서 근무할 당시 2013년 설립된 몽골 현지법인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지 금융시장에서 넓은 네트워크를 쌓았다. 2017년 전명호 전 대표의 제안을 받고 합류했다.

그는 입사 후 몽골 금융시장에 주목하며 현지에서 발행된 달러화 채권을 상품화하는데 착수했다. 몽골의 경우 은행 중심의 경제로 이뤄져 있어 금융 인프라가 탄탄한 편이다. 배상혁 상무는 2017년 몽골 산업은행이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CD)에 투자하는 펀드를 처음 조성해 국내에서 판매했다. 편입자산인 CD 조건은 연금리 6.5%, 6개월 만기였다.

당시 한국 시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초반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금리였다. 고금리·고수익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초기 50억원에 불과하던 규모는 약 3년만에 3000억원(누적 판매 기준)까지 커졌다. 상품 사후관리와 추가적인 딜 소싱에 나서다가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위해 현지 증권사도 설립했다.

라이노스투자증권몽골은 단기간에 ROE(자기자본이익률) 기준 업계 2위에 올라서며 상위 증권사로 자리를 잡았다. 몽골 주택금융공사 등 공기관이 발행한 달러표시 국채를 중개하고 스타트업 육성, IPO(기업공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계 금융기관에서 경험을 쌓은 현지 인력들이 한국 시장과 연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23년에는 'KHAS Bank' IPO 대표주관을 맡아 현지 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KHAS Bank는 IFC(16.63%), EBRD (12.5%), 캐나다국립은행 (10.18%), 조지소로스펀드, 오릭스코퍼레이션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공신력 있는 상업 은행이다.

또 몽골 최대 온라인 송금업체인 'Sendly'와 핀테크 기반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업인 'LendMN' 상장을 주관하며 다양한 유니콘 유망기술 기업들을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21%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회사 위드인베스트먼트의 탄탄한 지원, 안정적 지배구조로 '순항'

조직은 크게 증권운용그룹(증권운용본부)과 대체운용그룹(PE본부, 해외본부)으로 구성돼 있다. 상반기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5600억 수준이다. 메자닌 펀드와 PEF가 각각 3512억원, 2335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자산 유형별로는 메자닌(3975억원), 대체(1872억원) 가량이다.

라이노스자산운용은 최대주주(95.5%)는 위드인베스트먼트다. 위드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라이노스자산운용(당시 라이노스투자자문)을 창업한 전명호 전 대표가 2011년 세운 회사다. 사실상 전명호 오너 중심 체제의 지배구조다. 창업투자회사인 위드인베스트먼트는 메자닌과 대체투자 분야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전명호 전 대표는 1999년 대우증권으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기업 구조조정전문회사(CRC)인 에이블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제약사인 바이넥스·바이넥스홀딩스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바이넥스홀딩스에서 나와 위드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기업을 키웠다. 고유자산 투자로만 자기자본을 70억원에서 300억원대로 불렸다.

위드인베스트먼트 성장을 함께한 인재들은 합심해 라이노스자산운용을 만든다. 출범 당시에는 전명호 전 대표와의 친분으로 에이블인베스트먼트(45%)와 바이넥스(55%)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현재 경영 총괄을 맡고 있는 하상백 대표도 전명호 전 대표와 에이블인베스트먼트 시절에서부터 호흡을 맞춘 인재다.

전 전 대표는 2020년 위드인베스트먼트 운영에만 집중하기 위해 라이노스자산운용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후 하상백·이병준 각자대표 체제가 도입되며 오너와 경영이 분리됐다. 2021년 위드인베스트먼트는 2대 주주인 에이블인베스트먼트와 바이넥스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단일 주주로 올라선다. 같은해 하상백·이병준 대표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2.25% 보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게 됐다.

라이노스운용은 모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풍부한 자기자본을 활용해 투자 손실 위험이 있는 자사 펀드에는 직접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 펀드로는 '라이노스 비상장전환사채', '라이노스 프리미어메자닌', '라이노스 스마트코리아메자닌' 등을 보유 중이다.

한편 하상백·이병준 대표는 각각 헤지펀드와 PEF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증권운용그룹은 전명호 대표와 함께 대우증권과 위드인베스트먼트에서 경험을 쌓은 손준영 상무가, 대체운용그룹은 카무르파트너스, 이지스자산운용을 거친 이종호 상무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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