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It Is Now 산업용 로봇 개발, 제조사 티로보틱스의 하향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9월 장중 최고점인 3만9500원을 찍은 이후 약 1년간 속절없는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30일 현재 1만원 선도 무너졌습니다. 5000억원에 이르던 시가총액은 1759억원 선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언제쯤 반등의 시간이 도래할까요?
그래프 구간을 3개월로 한정해 놓고 보면, 하향세가 더욱 도드라 집니다. 4월 말 1만8000원 선을 기록한 이래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탔습니다. 6월 한때 소폭 반등하기도 했으나 상황을 뒤집지는 못했군요.
거래량이 부진한 가운데 소폭의 매도세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증권사 HTS, MTS의 거래추이를 살펴본 결과 외국인과 개인이 순매도, 순매수를 거듭하는 모양새입니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이면, 개인이 순매도세를 보이고 거꾸로 개인이 순매수를 하면 외국인이 순매도를 하는 형국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주가가 계속 빠지고 있는 거죠.
수급을 벗어나 외적인 요인을 살펴보면 EV(전기차) '캐즘(수요부진)'의 영향이 커 보입니다. 이건 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꼬리표일 수 있겠네요. 티로보틱스는 2차전지 메이커향 공급을 확장하고는 있지만, 2차전지 관련 사업만 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부터 일반 산업, 자동차 전장, 군수, 의료까지 가리는 영역이 없는 팔방미인에 까깝죠.
티로보틱스 관계자 역시 "시장에서 2차전지 사업만 부각된 탓에 캐즘의 파고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내세울 수 있는 영역이 다채로운데 한 섹터에 갇혀 있는 게 다소 억울하다는 이야깁니다. 앞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더욱 늘려 '매력 어필'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티로보틱스의 매력이 먹힐까요?
◇Industry & Event 티로보틱스는 2004년 티이에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안승욱 대표가 설립했습니다. 안 대표는 한국전자 반도체장비개발센터,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중공업대덕중앙연구소, 아이램테크 등을 거친 로봇개발 엔지니어입니다. 반평생 로봇개발에 시간을 투자한 '로봇장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로보틱스의 개념이 희박하던 2004년 11월 300mm 진공로봇을 개발해 공급하면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2006년 7세대 LCD Etcher(에쳐) 진공 로봇, 2008년 8세대 LCD Etcher 진공 로봇, 2010년 반도체용 진공 로봇과 Backbone, 2013년 8G OLED 진공 로봇 개발 등의 레퍼런스를 차곡차곡 쌓으며 로보틱스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2차전지 매출이 올라오기 전까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물류로봇이 주 매출원이었습니다. 태양광도 있네요.
올 초 대기업 L사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특정 법인이 아니라 L그룹 전체의 장비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연구기관과 협업 관계를 형성하면서 L그룹 전체로 물류, 진공로봇을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삼성그룹으로 치면 삼성 계열사 전반의 장비를 개발, 공급하는 '세메스' 같은 기관과 기술적 얼라이언스(동맹)을 맺은 셈이죠. 단순히 밴더사 지위가 아니라 물류, 진공로봇, 웨어러블 등에서 기술적 협력을 다지는 파트너사 지위를 다졌다는 후문입니다. L그룹이 유인 노동력을 AI 기반 로봇으로 대체하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AGV 부문에 강점이 있는 티로보틱스를 낙점한 거죠. 향후 그룹사 차원의 대형 PO(구매주문)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포캐스트가 상당히 크다는 전언입니다.
티로보틱스는 물류, 진공로봇 기술력을 산업 전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에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군수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티로보틱스는 최근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방산업발전대전에 AMR 물류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습니다. 방산은 안전과 보안상 무인화 로봇 산업이 가장 침투하기 적합한 섹터로 꼽힙니다.
사람이 탄약을 운반하거나 미사일을 이동, 탑재하는 과정에서 티로보틱스의 물류로봇이 중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깁니다. 티로보틱스의 AGV 로봇은 소형 바퀴가 약 3톤의 무게를 들어올리고, 이송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급 최강의 기술력으로 평가됩니다. 육중한 방산 업계에 적합한 기술력이죠. 티로보틱스는 최근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국내 주요 메이커와의 협업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산업군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죠.
최근 특기할 만한 공시는 6월 25일 '2차전지 생산 공정 물류 자동화 시스템' 공급 건입니다. 고객사 NDA(비밀유지협약) 탓에 금액과 계약 상대방이 모두 블라인드 처리됐지만,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SK온 신규 라인향 자율이송로봇 공급 건입니다. SK온은 지난해 4월에도 켄터키 1공장 양산라인을 구축하면서 티로보틱스의 물류로봇 대형 PO를 냈습니다. 이번에도 약 100억~150억원 가량의 발주를 내면서 향후 2공장 증설의 기대감을 높였다는 분석입니다.
◇Market View 티로보틱스의 증권사 리포트는 연초부터 4월까지 집중돼 있습니다. 2월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대되는 장미빛'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티로보틱스의 스케일업을 조명했습니다. 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투자 확대가 이뤄짐에 따라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 관련 자동이송로봇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물류이송로봇 AMR 역시 용처가 늘어나고 있어 미래가 밝다"고 분석했습니다. 티로보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헬스케어 로봇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습니다.
4월에는 이소중, 권오휘 상상인증권 연구원이 '다가오는 고객사 다변화 시점'이라는 리포트를 냈군요. 거의 모든 리포트들이 고객사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상인증권은 리포트에서 "연내 물류로봇의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면서 "중대형 OLED 장비 투자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티로보틱스는 차세대 OLED 패널로 불리는 8.6G OLED 관련 진공로봇 시스템 정부과제를 수행하고, 양산용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 협업을 진행한 삼성디스플레이, BOE 등이 잠재 고객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양산 공급에 성공하면 일본 산쿄(Sankyo)가 장악한 시장에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안승욱 대표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 인물로 평가됩니다. 1984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자(구미) 반도체장비개발센터,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중공업대덕중앙연구소, ㈜아이램테크 로봇개발 사업부 등을 거친 안 대표는 우리나라 로봇 1세대 엔지니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로봇 연구를 천착했습니다.
초기 설립기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 때쯤 LCD, OLED 공정 과정에 들어가는 진공이송로봇을 개발, 글로벌 장비업체인 A사에 공급하면서 세를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A사는 진공이송로봇을 내재화하기 위해 티로보틱스에 전략적 투자를 검토할 정도로 티로보틱스의 기술력을 탐냈습니다. 티로보틱스는 문호를 열어놓은 상태입니다.
티로보틱스의 IR 실무를 맡고 있는 민은홍 전략기획실장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민 실장은 다수의 상장사 전략, IR을 맡은 전략파트의 전문가입니다. 안 대표를 보필해 회사의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는 키맨입니다. 장기간 부진한 주가 흐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회사의 펀더멘털과 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민 실장은 "얼마 전 글로벌 투자 기관을 대상으로 NDR을 진행했는데,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웨어러블 로봇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면서 "시장성과 경량화가 핵심인데, 이미 상당 부분 개발이 진척됐고,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업용 물류로봇을 넘어 헬스케어, 라이프케어 로봇까지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깁니다.
민 실장은 이어 "시장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티로보틱스가 2차전지 외에 전 산업군의 자동화 물류 로봇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활약상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차전지 부문 외에 내년부터 모빌리티, 디스플레이, 군수, 코스메틱,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매출원이 창출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