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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 점검

번개장터, 프랙시스 체제 4년새 몸값 3배 훌쩍

①국내 첫 모바일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19년 프랙시스가 인수

김지효 기자  2024-07-25 15:13:56

편집자주

중고거래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30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기반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도 잇따라 베팅하며 성장을 도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각 플랫폼들의 성적표는 확연히 갈리고 있다. 더벨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투자한 대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3곳의 실적 변화를 살펴본다.
번개장터는 국내 최초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중고나라, 당근과 함께 국내 3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불린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자를 확대해 현재는 연간 거래액 2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거래액 기준 2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번개장터는 유독 대주주 변경이 잦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가운데 가장 먼저 PEF에 경영권이 팔린 곳이기도 하다. 번개장터는 2011년 스타트업 ‘퀵켓’이 선보인 모바일 중고거래 서비스가 전신이다. 2011년 설립 이후 몇 차례 대주주 손바뀜을 거쳐 현재 최대주주인 프랙시스캐피탈(이하 프랙시스)이 경영권을 잡아 운영하고 있다.

◇잦은 대주주 변경, 프랙시스 인수 후 ‘안정화’

첫 대주주 변경이 이뤄진 건 설립 2년 뒤인 2013년이었다. 네이버는 2013년 벤처투자사 프라이머로부터 퀵켓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네이버는 최대주주가 됐지만 퀵켓 경영진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며 인프라와 기술지원 등에서 협력했다.

네이버는 퀵켓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네이버는 인수 4년 만인 2017년 퀵켓 지분을 창업자에게 다시 매각한다. 이후 퀵켓은 2017년 중고제품을 위탁 매입 후 재판매하는 ‘셀잇’과 합병해 덩치를 키웠고 통합법인의 사명을 ‘번개장터’로 변경했다.

또 한번의 최대주주 변경은 2019년 이뤄졌다. 현재 최대주주인 프랙시스가 등장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프랙시스는 당시 번개장터의 지분 100% 가치를 1500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프랙시스가 1000억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200억원을 투입해 번개장터의 구주 80%를 매입했다. 프랙시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각각 67%, 13% 지분을 갖고, 기존 주주가 나머지 지분 20%를 보유하는 구조로 경영권 변경은 마무리됐다.

프랙시스 체제를 맞이하며 번개장터는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수 차례에 걸친 투자유치를 통해 투자금도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프랙시스 체제에서 번개장터는 2년 간격으로 총 3번의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2020년 진행된 시리즈C 투자유치에서는 5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투자로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스투엘파트너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신규 주주로 합류했다.

2022년에는 82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최대주주인 프랙시스를 비롯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팔로우온 투자(후속투자)에 나섰고 신규 투자자로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올해 진행된 시리즈E 투자유치에서는 400억원을 모았다. 이번 투자유치에서는 기존 투자자 일부가 구주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250억원 가량만 회사로 유입됐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프랙시스 경영권 인수 이후 누적투자금은 총 1780억원에 이른다. 그 사이 몸값도 크게 뛰었다. 시리즈E 투자유치를 마무리하며 번개장터 포스트밸류는 5300억원을 찍었다. 프랙시스가 인수할 당시 몸값 1500억원과 비교해 3.5배 수준이다.

그간 투자유치를 통해 주주 구성도 프랙시스 인수 당시와는 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프랙시스는 SPC '썬더홀딩스 유한회사'를 통해 지분 46.7%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지분 10.5%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그룹이 7.1%, 에이티넘이 6.9%를 확보하고 있다.

◇프랙시스 체제하 매출 2.5배 성장, 영업손실 규모 축소


번개장터는 프랙시스 체제 하에서 매출이 2.5배 가량 뛰었다. 프랙시스 체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번개장터의 매출은 120억원이었다. 프랙시스 체제가 시작된 2020년 매출은 14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 매출은 249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고 2022년 매출 304억원을 넘겼다.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매출 341억원을 기록했다. 광고 매출보다 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정가품 검수 서비스 ‘번개케어’, 오픈마켓형 유료 서비스인 ‘프로상점’ 등 다양한 유료 서비스들이 자리를 잡으며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영업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번개장터는 프랙시스의 품에 안기기 전인 2017년과 2018년 각각 6억원, 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프랙시스가 번개장터를 인수할 당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비용이 매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9년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020년에는 135억원, 2021년에는 393억원으로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

다행히 2022년부터 영업손실 폭이 줄어들고 있다. 2022년 348억원이었던 영업손실액은 지난해 216억원까지 줄었다. 프랙시스가 고정비를 효율화한 데 따른 효과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월간 기준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고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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