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각사 재무전략에 따라 부채자본시장(DCM)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 만기 구조를 분산시켜 신용을 관리한다. CP의 경우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시의무가 없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돼 빠르게 단기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CP의 발행과 상환 정보, 그 뒷 배경 등에 대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벨은 각 기업들의 CP 활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AJ네트웍스가 기업어음(CP) 발행을 크게 낮췄다. 매년 적극적으로 단기 조달 창구를 방문했던 발행사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24일 기준 AJ네트웍스의 CP 발행 규모는 0에 해당한다.
펀더멘탈의 개선세가 과거 대비 뚜렷해짐에 따라 장기채 발행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아 단기 조달 비중이 컸던 반면 올해는 하반기 추가적인 공모 회사채 발행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P 발행규모 '0'…차입만기 '장기화' 일환
24일 기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AJ네트웍스의 CP 발행잔액은 0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발행총액도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346억원을 찍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최근 5년 동안 AJ네트웍스가 CP 시장에 출현하지 않았던 해는 2022년이 유일하다.
AJ네트웍스는 전반적으로 단기 자금의 융통 비중을 줄이고 있다. CP를 찍지 않았던 2022년 상반기에도 단기사채로 총 1120억원을 끌어들였지만 올해에는 200억원에 그쳤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AJ네트웍스의 단기차입금은 약 1340억원으로 전년 동기(1800억원) 대비 25% 가량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반면 차입 만기에서 1년물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AJ네트웍스의 1분기 연결 기준 장기차입금은 3129억원으로 전년 동기(2184억원) 대비 43% 늘었다. 24일 기준으로 이 회사는 사모채로 1410억원, 공모채로 490억원을 조달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에는 각각 1260억원, 350억원을 확보했다.
연초 공모채 시장을 한번 찾았지만 하반기 추가 등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단기 조달 비중이 높았던 AJ네트웍스가 차입 만기를 장기화하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하반기 만기 도래 물량이 있어 공모채를 한 차례 더 발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장기 회사채 금리가 유리하게 형성되면서 발행 유인이 뚜렷해졌다. 지난 2월 AJ네트웍스가 찍은 1년물, 2년물 공모채 금리는 각각 5.060%, 5.841%로 지난해 8월 발행한 1.5년물(6.51%), 2년물(6.6%) 대비 약 100bp 낮았다. AJ네트웍스가 한 해에 공모채 시장을 2차례 이상 방문했던 시기는 2020년이 마지막이다.
◇펀더멘탈 개선에 장기조달 '자신감'
'BBB+,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AJ네트웍스는 지난해까지 쉽지 않은 조달 환경에 직면했다. 사모채를 주로 취급한 발행사였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까지 연 6~7%대 고금리에 발행을 이어갔다. 그 결과 지난해 AJ네트웍스의 이자비용은 612억원으로 전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올해 들어 트리플 B급 채권들을 향한 투심이 견조한 흐름을 띄면서 조달 난맥이 풀리기 시작했다. 올해 발행을 완료한 사모채의 표면 금리가 4~5%대에서 형성됐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BBB급 발행사들을 향한 기관 수요가 우호적으로 흘러갔던 것이 사모채 금리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재무 리스트럭처링 끝에 펀더멘탈의 개선이 이뤄진 점도 장기 조달의 여력을 높였다. AJ네트웍스는 2019년 AJ렌터카 지분을 SK네트웍스에 매각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에 2020년 300%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278.8%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10억원에서 783억원으로 불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유동성 대응 여력이 늘어난 부분도 한몫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일 정기 평정에서 "보유 현금 자산을 고려하면 향후 자금 소요를 충당하기 부족한 수준이다"고 하면서도 "렌탈자산 담보를 활용한 차입 이력, 담보 제공을 통한 추가 차입여력 등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 규모의 탄력적 조정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