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법인 상장에 나서면서 4조원 수준의 현금 확충이 예고되고 있다. 전액 구주매출로 공모 구조를 짜면서 인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모을 자금이 현대차로 유입될 전망이다.
인도법인 IPO가 마무리되면 그간 크레딧업계의 화두였던 현대차의 'AAA' 등급 복귀도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국내 이슈어 가운데 극히 우량한 재무안정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추가적으로 대규모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인도법인 IPO, 30억달러 확충 이벤트…초우량 재무안정성에 4조 추가 무게 증권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법인의 IPO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 IPO로 현대차가 최대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를 조달해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눈에 띄는 건 공모 구조다. 인도법인쪽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신주모집에 나서지 않고 100% 구주매출을 시도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주 가운데 17.5%(1억4200만주)를 구주매출을 통해 처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IPO가 일단락된다면 4조원에 달하는 거금이 고스란히 현대차쪽으로 흘러오는 셈이다.
발행사 입장에서 자회사의 IPO는 단연 부채상환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형 이벤트다. 신주모집을 중심으로 공모 구조를 짤 경우 계열사는 현금 확충과 함께 자본 비중을 높여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모회사 입장에서도 연결기준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는다.
만일 자회사가 구주매출을 위주로 공모 구조를 설계했다면 모회사는 좀더 직접적으로 신용도를 강화할 수 있다. 실제 현금유동성을 거머쥐는 터라 순차입금 지표 등이 전반적 개선된다. 차입금 상환과 자체적 투자 재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시장 여건이나 영업 환경에 맞춰 재무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현대차는 이미 국내 대기업 중에서 유동성 대응 능력이 가장 우수한 업체로 손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차량부문 총차입금이 약 4조3000억원, 현금성자산이 약 20조7000억원 수준에 달하고 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16조4000억원 가량으로 집계돼 재무 구조와 재무적 융통성 등은 진작부터 AAA급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나신평, 이미 AAA 신용등급 부여…한기평 현금유동성비율까지 충족 전망 그럼에도 인도법인 상장으로 4조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하는 건 의미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신용평가사 3사 모두로부터 AAA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미 AAA 등급을 부여했으나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아직까지 아웃룩만 긍정적으로 수정한 상태다. 그나마 등급 전망 수정도 현대차의 정기 평정 과정에서 이뤄졌다. 한때 AAA급 이슈어였으나 AA급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전력이 있기에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한기평의 경우 등급 상향 트리거로 현금유동성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차는 신평사 3사의 AAA 등급 부여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으나 유독 한기평의 이 지표만 충족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기평측은 현금유동성비율이 200% 이상일 때 AAA 등급으로 승격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3분기 말 현금유동성비율은 147%로 집계된다. 2019년 말 207%였으나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유동성비율은 큰 폭으로 개선됐으나 아직 1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도법인 IPO로 4조원 가량을 확충하면 이 비율(현금성자산/(단기성 차입금+장단기 판매보증충당부채))은 단번에 20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한기평이 집계하는 현금유동성비율(3년 평균)은 분모 자리에 판매보증충당부채가 자리잡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계정엔 제조상 잘못으로 결함이 생긴 부품을 무료로 교환해주는 무상보증 수리비가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단기성(1년 이내 상환) 차입금과 미래 현금 유출이 예고된 판매보증충당부채보다 손에 쥔 현금이 적어도 2배를 넘어설 때 AAA 신용도를 부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객관적 영업 환경과 실적은 수년째 개선돼왔다. 제품 경쟁력 제고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판매 믹스가 개선되면서 경쟁사보다 수익성의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