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캐피탈이 캐피탈사로는 올해 처음으로 공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2021년 이후 3년 만의 자본성 증권 발행으로 추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메리츠캐피탈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를 해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데 이어 공모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착수하면서 PF 관련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3년 만에 꺼내든 '공모 신종자본증권'…30년 만기·500억원 조달 계획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공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발행일자와 수요예측일은 논의 중에 있지만 총 500억원을 조달하는 플랜으로 표면만기 30년이 적용된다. 발행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함께 붙었다.
메리츠캐피탈이 신종자본증권을 찍는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에도 30년 만기로 500억원을 조달했다. 2022년부터 레버리지 배율 규제 한도가 낮아지면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우리금융캐피탈, 신한캐피탈, 하나캐피탈 등도 이 시기에 신종자본증권을 집중적으로 찍었다.
2021년 메리츠캐피탈을 포함한 캐피탈사들이 사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반면 올해 메리츠캐피탈은 공모를 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메리츠캐피탈은 여태까지 4번 신종자본증권을 찍었지만 모두 사모 방식을 취했다. 최근 금융사들이 찍는 신종자본증권에 리테일 수요가 몰리면서 공모 데뷔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2월 메리츠금융지주도 공모 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2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계획은 1500억원을 모집하는 계획이었지만 기관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을 기록한 데 이어 리테일 창구에서도 인기를 끌며 증액 발행을 할 수 있었다.
올해 캐피탈사 중에서는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라는 점도 이목을 끈다. 금융, 보험, 카드업계에서는 후순위채를 포함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가 이어졌던 반면 올해 캐피탈사들은 선순위 여전채 발행에 집중했다.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캐피탈도 자본 확충을 위해 시장에 직접 출현하지는 않았다.
◇부실PF 정리 '연장선'…자본적정성 제고 위한 '강수'
메리츠캐피탈의 경우 여타 캐피탈사 대비 자본적정성 지표를 관리할 필요성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배율은 9배를 초과할 수 없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메리츠캐피탈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조정 레버리지 배율은 6.6배로 나타났다. 드러나는 수치만 놓고 본다면 4대 은행 캐피탈사들보다 양호하다.
다만 자산에서 부동산PF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자산 건전성 지표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년 전 메리츠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연체율은 1%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1분기 기준 각각 6.9%, 9.7%로 급등했다. 메리츠캐피탈과 동일한 A급 캐피탈사인 한국투자캐피탈(3.7%, 2.5%), 키움캐피탈(5.2%, 1.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PF 익스포져 부담이 가중되면서 최근 적극적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7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데 이어 메리츠증권에 약 3000억원 규모의 PF대출자산 등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요 목적은 메리츠캐피탈의 자본적정성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종자본증권까지 찍는다면 유의미한 자본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평은 메리츠캐피탈의 유상증자를 평가하는 의견서에서 "조정 레버리지 지표가 6.6배에서 약 5배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발행이 완료된다면 더욱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모 흥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금융사 신종자본증권에 리테일 수요가 몰렸던 것은 고금리와 함께 이들 대부분이 AA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갖췄기 때문이다. 반면 메리츠캐피탈의 경우 여전채 신용등급이 'A+, 안정적'에 머물러 있다.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금융사 가운데 A급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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