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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200 입성' 금양, 사업 의구심 해소 관건

조달 이슈·'배터리아저씨' 논란 탓 박스권 정체…기장 신공장 양산 주목

조영갑 기자  2024-05-22 06:46:2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배터리 시프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금양의 주가가 장기 박스권에 갇힐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시장의 기대감을 업고 약 20만원 선에 근접했던 주가가 하락해 현재 9만원 대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른바 '캐즘(시장 개화 전 수요정체)' 탓에 올해 초 폭락했던 주가가 뜨는 듯하더니 다시 하락세를 걷고 있는 양상입니다.

캐즘의 여파는 배터리 빅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완성 업체에 가장 가혹하게 작용했지만 잠재 배터리 완성 메이커로 분류되는 금양에도 상흔을 만들어냈습니다. 금양은 시장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해 7월 26일 19만4000원까지 주가가 치솟는 기염을 토했죠. 당시 시가총액만 11조원 수준이었습니다. 금양이 2020년 경 1000~2000원대 주가를 오갔던 걸 고려하면 그야말로 3년 만에 상전벽해 수준의 변모가 일어난 겁니다.

'밧데리 아저씨' 등 이슈로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초부터 한달 간 금양의 주가는 약 300% 이상 폭등했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단기간에 불었죠. 단, 소재 메이커를 표방하면서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명멸했던 이른바 리튬 테마주와는 달리 금양은 스텝업한 주가를 일정 기간 지키면서 기업가치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52주 신고가 이후 주가가 빠지긴 했지만, 9만~12만원 박스권을 오가며 시총 5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네요.

그래도 최근 3개월 간의 주가 흐름은 금양 투자자들에게 불편한 수준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4월 들어 금양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거래량이 크지는 않지만, 개인과 기관, 외국인이 동반 매도세에 합류하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빠졌네요. 4월 초 11만원 대에서 5월 초 9만1000원 선까지 주저 앉았습니다. 20% 가까이 하락한 셈입니다.

금양은 이 해답을 미국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금양은 지난 2월 제이피모건(J.P. Morgan Chase Bank)의 제의를 받고, 미국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Level-1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미국 장외주식 거래시장(OTC Market)에 금양의 원주를 상장하기 위한 목적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2월 외국인들이 적게는 3만주, 많게는 20만주까지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금양의 주식을 담았습니다. 덕분에 3월 중순 13만원 대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죠. 제이피모건과 자문사인 '옥스포드 메트리카(Oxford Metrica)' 브랜드가 현지 투자자들에 어필한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금양은 유서가 깊은 회사입니다. 전후 복구 시기인 1955년 금북화학공업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설립된 향토기업입니다. 내년 설립 70주년을 맞는군요.

원래 주요 사업은 발포제와 유관 각종 첨가제, 화학제품의 유통업입니다. 발포제란 무기화학 발포제로, 분해시 흡열반응(열을 흡수하는 반응)을 일으키며 독성과 냄새가 없는 케미컬 제품입니다. 플라스틱 원료에 섞어 플라스틱 제품 생산시 사출물의 수축을 방지하고, 캡실(Cap Seal) 등의 제조에 활용됩니다. 고무, 플라스틱 제조사 등에 발포제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규모와 단가 싸움인 케미칼 제품 역시 중국이나 동남아의 저가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금양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2022년까지 2000억원 대의 매출액을 유지하던 금양은 지난해 1520억원의 매출액과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당기순손실은 604억원 수준이군요. 이는 신사업인 2차전지 부문의 대형 투자가 이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매출규모가 대폭 줄었다는 점에서 본사업의 위축을 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양은 몽골 Dornogovi 에 소재한 몬라(Monlaa) 광산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60%를 확보했다. (출처=금양 홈페이지)

금양이 배터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2021년입니다. 발포제 사업 성장성의 한계를 절감한 류광지 회장의 결단입니다. 류 회장은 처음부터 비용이 적게 드는 소재사업만 구상한 게 아니라 마이닝(채굴)에서부터 소재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금양에서 일원화하는 토탈 프로세스를 구상했습니다. 원대한 구상이지요. 이 때문에 사업발표 초기에는 시장의 의구심만 낳았습니다. 주가 부양용이 아니냐는 이야기지요.

이 와중에 금양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던 박순혁 씨(배터리아저씨)가 영상에 나와 1700억원 수준의 자사주 처분과 배터리 CAPEX 투자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부터 금양의 기업가치가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 의무 위반을 지적했고, 이 때문에 박 씨는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여전히 시장은 금양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금양의 사업 전개는 사뭇 진지합니다. 논란이 되던 콩고, 몽골의 광산 개발 투자는 우선 차치하고, 올 1분기 인터배터리에서 4695 원통형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관련 업계의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기자는 지난해 하반기 배터리 표준인증 기관의 한 실무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실무진은 "금양이 배터리 개발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 수탁을 맡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 결과가 시제품인 것 같습니다.

금양이 개발한 21700 원통형 배터리.
이와 관련 금양은 현재 부산 기장군에 신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총 1조2000억원 가량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장 신공장에 금양 배터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시장은 금양의 조달능력에 대해 재차 의구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주가 흐름과도 연동이 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금양이 배터리 사업을 대하는 진중함은 확인했으나 그 이후의 액션플랜의 적절성, 효율성이 남은 과제라는 이야기입니다.

금양은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택하는 대신 보유 계열사 내 현금흐름을 활용하거나 차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4월 26일 기준 금양의 금융기관 외 차입금은 총 4766억원 수준입니다. 기존 자기자본에 더해 올해 내에 21700 배터리 양산을 개시해 현금흐름을 만들어 CAPEX 투자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결손금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은 조달 상의 리스크로 보입니다.

◇Market View

금양은 다음달 초 코스피200에 입성할 예정입니다. 국내 대표 대형주 200개로 엄선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 금양을 다루는 리포트가 다량 생산될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발간되는 금양 리포트는 찾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박순혁 전 홍보이사가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송사(한미반도체)에도 얽힌 탓에 이와 연관된 금양을 다루는 게 부담이 되는 모양입니다. 2022년에는 하나증권(김두현 연구원)이 가장 활발하게 금양을 다뤘습니다.

대신 잡음을 좋아하는 언론들이 박 전 이사를 계속 조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호적인 분위기로군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3월 박 전 이사를 만나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언론사 인터뷰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공언하는 측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금투세를 도입하는 게 부자감세가 아니라 부자를 배불리는 행위라는 겁니다. 광폭 행보입니다.

대신 금양은 '정중동'을 걷고 있습니다. 잘 부각되지 않는 전략을 택한 것 같습니다.

◇Keyman & Comments

금양의 장호철 상무가 IR과 언론대응을 총괄하는 키맨입니다. 하지만 장 상무가 외부 손님 접견, IR 활동 등으로 수 차례 전화에도 응하지 않아 장 상무 직속 이수근 IR 수석과 통화했습니다. 공시, 주주응대 등을 전담하는 실무자입니다.

이 수석은 "시장에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회사 내부에서도 잘 알고 있다"면서 "다만 이 의구심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보다 실제 사업 전개를 통해 보여주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가치가 폭등하는 것은 나쁠 게 없지만, 사업 없는 주가 급등이 회사에 대한 의구심으로 돌아왔다는 논지였습니다.


조달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이 수석은 "회사는 최대한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조달전략을 실행할 것"이라면서 "이는 류 회장이 주주총회 당시 주주들에게 공언한 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주당가치가 희석되는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피하고 차입, 대여 등으로 유동성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이를 통해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이 수석은 "이르면 올해 21700 배터리 초도 양산에 진입할 예정인데, 배터리 관련 양산 매출이 발생하면 시장의 의구심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면서 "본 사업(발포제)과 배터리 사업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점진적으로 양산 캐파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양의 비기로 꼽히는 4695 원통형 배터리의 양산은 내년 이후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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