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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SK·마이크론 손잡고 '1조 클럽' 넘본다

HBM 대규모 투자 예고, 올 연매출 5500억 목표

김도현 기자  2024-04-29 13:22:54
반도체 장비 대장주로 부상한 한미반도체의 인공지능(AI) 효과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기존 거래처 SK하이닉스와 신규 고객 마이크론이 연이어 증설 소식을 전한 영향이다. 이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나 업계에서는 그 이상의 수요 급증을 기대하는 눈치다.

한미반도체는 생산능력(캐파) 확장을 통해 늘어날 수주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번 점도 긍정적이다. HBM 리딩 기업 지위를 장기간 유지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수백조 쓰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 한미반도체 '미소'

한미반도체는 2024년 1분기(연결기준) 매출 773억원, 영업이익 287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48.1%, 전년 동기 대비 191.5%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55.9%, 전년 동기 대비 1283.5% 증가했다.

지난해는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 투자가 사실상 전무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 HBM 시장이 개화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고 이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위 : 억원,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작성 : 더벨

HBM은 여러 D램을 쌓아 만드는 고성능 메모리다. 일반 D램보다 대역폭이 높아 고용량 데이터 연산에 적합한 것이 특징이다. D램 적층 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구리선 등으로 연결(TSV 공정)한 뒤 D램 다이를 수직으로 붙이는데 이때 한미반도체의 'TC 본더'가 쓰인다.

한미반도체는 해외 업체와의 TC 본더 경쟁을 이겨내고 SK하이닉스 공급망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때마침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업으로 삼성전자를 넘어 HBM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이로 인해 한미반도체의 HBM 수혜는 극대화됐다.

여기에 마이크론까지 가세했다. 그동안 마이크론은 일본 신카와, 도레이 등으로부터 TC 본더를 조달했다. SK하이닉스 추격을 위해 발 빠른 투자를 단행했으나 일본산 장비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안으로 한미반도체를 낙점했고 지난달 임원진이 방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한 상황에서 협력사를 변경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한미반도체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이달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과 226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마이크론발 TC 본더 첫 수주로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반도체 6공장 전경

고객사 다변화에 성공한 한미반도체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본더팩토리를 연 데 이어 이번에는 6번째 공장을 오픈했다. 200억원 내외 핵심부품 가공 설비를 추가 발주해 2025년 초부터 캐파를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자신감이 붙은 한미반도체는 공격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부회장)는 "매출 목표를 상향해 2024년 5500억원, 2025년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추가 투자 공식화다. 최근 SK하이닉스는 5조300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 M15X를 구축한다고 알렸다. D램 및 TSV 라인이 들어설 예정으로 HBM 캐파 증대 차원이다. 추후 투입 금액은 20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용인 및 청주, 미국 인디애나주 등 국내외 동시다발적인 투자도 앞두고 있다.

더불어 마이크론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미국 뉴욕주와 아이다호주에 170조원 이상을 투자해 첨단 메모리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HBM으로 꼽힌다.

이같은 흐름 속에 HBM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2023년 20억4186억달러(약 2조7600억원)에서 2028년 63억2150만달러(약 8조55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에 공급하는 TC 본더

◇16단까지 'TC 본더' 유지 유력, 삼성 결정 관건

또 다른 주목할 부분은 HBM 기술 로드맵이다. 당초 2026년 상용화할 6세대 HBM(HBM4)부터는 패키징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SK하이닉스의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 또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TC-NCF((Thermal Compression Non Conductive Film)' 기술 대신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TC 본더도 달라져야 한다. 한미반도체도 하이브리드 본더를 준비 중이나 국내외 경쟁사도 서둘러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라 TC 본더만큼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가 HBM4 규격을 완화하면서 기존 방식을 좀 더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미반도체로서는 몇 년 더 TC 본더 대량 판매를 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본더 완성도를 높일 시간과 여유가 생긴 셈이다.

한미반도체의 다음 목표는 삼성전자다. 과거 사건으로 양사 교류가 끊겼으나 HBM으로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관련 논의는 진행 중으로 파악된다. 유사한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는 마이크론 레퍼런스는 플러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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