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받던 미국법인이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오너 2세 이병주 대표 체제 속 현지 공장을 통폐합하고 법인을 일원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 속 코스맥스는 미국 서부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맥스 미국법인(COSMAX USA Corp.)은 2023년 매출액으로 1399억원, 당기순손실 4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2022년 기록한 1699억원(NU-WORLD Corp. 합산 기준) 대비 17.6% 낮아졌지만 순손실 폭을 381억원 가량 줄였다.
오너 2세 이병주 사장이 미국법인의 대표를 맡으면서 단행한 수익성 개선 작업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2021년 코로나19 등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자 오하이오와 뉴저지에 있던 공장을 통폐합을 결정했고 2023년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2023년 1분기에는 누월드(NU-WORLD Corp.)와 미국법인을 통합하며 경영 효율화에 들어갔다.
그 결과 외형이 소폭 감소했지만 고정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당기순손실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인건비와 원가 절감 등의 부가적인 경영 효율화 작업도 함께 진행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여전히 수백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코스맥스는 2013년 미국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북미시장 진출에 나섰다. 법인 설립 후 11년이 흘렀지만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14년 41억원의 적자로 시작해 매년 100~200억원대 적자를 냈다. 2022년에는 순손실 폭이 512억원까지 커졌다.
2017년 현지 색조화장품 제조 기업 누월드를 인수하며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재무 부담만 가중됐다. 인수 이후 순손실 규모는 2018년 55억원에서 2022년 355억원으로 불어났다. 지속된 손실 속 미국법인과 누월드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물론 북미 지역은 다양한 인종으로 인해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고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대형 브랜드사 위주로 주된 소비가 발생해 ODM(제조자개발생산)보다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구조가 정착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OEM 구조는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기 어렵다.
이에 코스맥스는 서부지역 인디브랜드 고객사 확보를 통해 주력사업인 ODM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코스맥스는 기존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북미 사업을 전개해 왔다. 다만 동부지역에는 대규모 브랜드를 전개하는 글로벌 화장품의 본사가 많이 포진됐다. 이에 따라 주력 사업구조 역시 ODM보다는 OEM을 중심으로 마련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사업 초창기에는 매출액에서 OEM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었다. 2022년만 해도 ODM 매출 비중은 4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75%까지 늘어났다. 코스맥스 측은 최근 서부지역 영업사무소를 통해 인디 브랜드 고객사 확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공장 통폐합 등 효율화 작업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서부지역 영업사무소를 통해 인디 브랜드 고객사를 확보하며 수익성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