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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부진 버텼다' LG이노텍, DX 효과 톡톡

원가절감·환율 효과, 애플 비중 줄이기 '숙제'

김도현 기자  2024-04-24 17:43:48
LG이노텍이 전방산업 부진 속 선방했다. 문혁수 대표가 취임 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DX)' 전략의 결과물이다. 강달러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전반적인 수익성 향상이 이뤄졌다.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환영향을 제외한 사업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여전히 애플 비중이 높았고 기대를 모았던 '비전 프로' 효과도 예상보다 미미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자동차 부품 매출 증대도 요원하다. 문 대표의 체질 개선 효과에 따라 진정한 반등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영업익 컨센서스 상회…모바일 주춤한 카메라, 자동차로 상쇄할까

LG이노텍은 24일 2024년 1분기(연결기준) 매출 4조3336억원, 영업이익 17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42.7%,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63.6% 감소,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따른 정보기술(IT) 수요 약세에도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공급 및 적극적인 내부 원가절감 활동, 우호적인 환율 영향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LG이노텍이 매출 4조4895억원, 영업이익 1381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으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매출 측면에서는 주요 매출처인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가 중국 판매 부진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아이폰 신작은 3분기 출시돼 LG이노텍의 1분기는 비수기다. 다만 이번에는 대량 생산 시점이 다소 밀리면서 관련 효과가 4분기로 이연됐고 다음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여겨졌으나 중국발 악재로 상쇄됐다.

또한 애플의 확장현실(XR) 헤드셋인 비전 프로 출시에 따른 매출 증대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은 비전 프로에 3차원(3D) 센싱모듈을 공급하는데 광학솔루션 사업부 내 3D 센싱모듈 매출 비중은 2023년 1분기 21%에서 2024년 1분기 13%로 오히려 축소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견조했던 건 DX 작업을 통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등 첨단 기술을 생산라인에 도입해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수준이 개선되면서 이익률이 올라간 점도 한몫했다.

결국 2분기까지는 LG이노텍 매출이 대폭 증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믿을 구석은 차량용 카메라다. LG이노텍은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제조사에 카메라 모듈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LG그룹 차원에서 완성차업체를 만나고 CES, 전기차 행사 등에 참석하는 등 마케팅 공세도 펼치고 있다.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계열사 간 시너지로 인한 확판을 노린다는 심산이다. 현실화하면 높은 애플 의존도 꼬리표를 어느 정도 뗄 수 있다.


◇전장 사업 흑자 유지 관건, FC-BGA 하반기 본격 가세

아픈손가락인 전장부품 사업부는 매출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아직 연간 흑자를 이뤄내지 못한 가운데 첫 분기를 흑자로 출발한 점은 고무적이다.

LG이노텍에 따르면 자동차 수요 약세에도 차량조명 부품 등 매출 성장세 지속, 공격적인 원가 개선 활동 등이 더해져 수익을 냈다. 향후 제품 및 고객 구조 정예화,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 강화, 플랫폼 모델 중심 개발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10조원을 처음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말에는 이보다 큰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기판소재 사업부 역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불황에도 선전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282억원으로 전기 및 전년 동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차세대 제품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가 양산 돌입한 건 플러스 요소다. FC-BGA는 하반기부터 매출에 본격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 상태는 1분기 부채비율이 126%로 작년 말 대비 12%포인트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유동부채가 전기 대비 11.6% 감소한 점이 컸다.

다만 시설투자 등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4분기 1조3896억원에서 2024년 8701억원으로 줄었다. 2023년 1분기(6495억원)보다는 나은 편이다.

박지환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디지털 제조공정 혁신과 생산운영 효율화를 통해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수익 기반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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