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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불황 직격탄' DB하이텍, 투자금 반토막 예고

수주잔고·현금성자산 축소, 약속한 투자 위해 차입 가능성

김도현 기자  2024-03-26 19:18:07
DB하이텍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황이 위축되면서다. 중장기적인 계획에는 변함없으나 올해는 대내외 상황을 주시하면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심산이다.

26일 DB하이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예상투자액은 1807억원이다. 2023년(3501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DB하이텍 부천사업장

지난해 파운드리 산업은 침체했다. 코로나19 국면이던 2020~2022년 초호황기를 맞이한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모바일, 가전, 자동차 등 완제품 수요가 줄면서 핵심부품인 반도체 주문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DB하이텍도 '반도체 한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023년 연간(연결기준) 매출 1조1578억원, 영업이익 26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0.89%와 65.36% 낮아졌다. 평균판매가격(ASP) 하락, 고객 재고조정 등이 겹친 결과물이다.

수주 물량도 크게 줄었다. 2022년 13억5070만달러(약 1조8120억원)였던 수주총액은 2023년 8억4567만달러(약 1조1345억원)로 축소했다. 같은 기간 수주잔고는 7856만달러(약 1054억원)에서 7086만달러(약 951억원)로 감축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작년 4분기는 선방했다. 이 기간 매출액 2830억원, 영업이익 431억원으로 각각 전기 대비 6% 늘고 14% 줄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반도체 설계(팹리스) 자회사 글로벌칩의 일회성 비용(약 100억원) 여파가 있었다. 이를 제외하면 3분기(503억원)보다 나은 수준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파운드리 시장은 전년 대비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인치(300mm) 25%, 8인치(200mm) 7% 반등 전망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위주다.

전반적인 가동률도 정상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상반기까지 90~100%에 달하던 8인채 생산라인 가동률은 2023년 상반기 60%대 중반까지 낮아진 바 있다. 올해는 70% 내외에서 최대 80%까지 올라올 것으로 관측된다.

DB하이텍은 "통신,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2024년 8인치 가동률은 60~80%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은 별개다. DB하이텍은 올해 연매출이 전년보다 10% 줄고 영업이익률은 10%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동률 제고를 위해 공격적인 ASP 인하를 전개하고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및 생산성 향상 투자가 이뤄지는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앞서 DB Inc가 행동주의 펀드 KCGI로부터 DB하이텍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관련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이에 DB하이텍은 12인치 생산라인 투자, 실리콘카바이드(SiC) 및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화합물반도체 사업 가속 등을 약속했다.

12인치 진출을 공식화한 DB하이텍은 2025~2030년 동안 총 2조5000억원을 들여 월 2만장 생산능력(캐파)을 갖추기로 했다.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은 만큼 LX세미콘, 일본 르네사스, 대만 리얼텍 등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DB하이텍이 신규 공장에 8000억원을 투입해 지분율 30%를 확보하고 나머지 자금은 해당 협력사들의 현금출자로 충당하는 식이다.

SiC와 GaN 부문에는 각각 7000억원,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월 2만장, 월 1만장 규모 캐파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미 핵심 설비 발주가 이뤄진 상황으로 2027년과 2025년부터 양산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차입이 동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단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의 2023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유동성 금융기관 예치금은 5933억원으로 2022년 말(7576억원)과 비교해 1500억원 이상 줄었다.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하면 DB하이텍의 올해 투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작년에도 연초투자 계획금액을 1545억원으로 잡았다가 3501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2022년 역시 773억원에서 1933억원으로 증대된 바 있다. 보수적으로 잡고 추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DB하이텍은 이달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재차 논란에 휘말렸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 일부 주주에 대해 대량 보유 보고 공시를 누락했다'며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주총에서 KCGI와 소액주주연대가 요구한 자사주 소각 안건의 통과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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