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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한양APT 사업비 전액 조달 '기대반 우려반'

'AA-' 신용등급 자신감, 신규 지급보증 1.5조 예상

전기룡 기자  2024-03-26 07:18:55
현대건설이 '한양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한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신탁방식으로는 처음 사업비 전액을 직접 조달할 예정인 데다 이주비, 사업촉진비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다만 여의도가 상급지로 통한다는 점, 4개 은행과 금융협약을 체결했다는 점 등에서 리스크가 미비하다는 평가가 상존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한양아파트 재건축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업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2번지에 위치한 한양아파트를 지하 5층~지상 53층, 4개동, 아파트와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로 조성하는 게 골자다.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104실이 예정돼 있다.

공사비만 7740억원에 달하는 사업이다. 3.3㎡당으로 환산할 시 823만원이란 금액이 나온다. 경쟁을 펼친 포스코이앤씨(7021억원·3.3㎡당 797만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이지만 신탁방식으로는 처음으로 필요 사업비 전액을 직접 조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시공사 지위를 따냈다.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AA-'에 '안정적' 아웃룩을 달고 있다. 시공사 가운데 AA급 신용도를 보유한 곳은 삼성물산(AA+, 안정적)과 현대엔지니어링(AA-, 안정적), DL이앤씨(AA-, 안정적)정도다. 대형 시공사라도 대부분이 A급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한양아파트 재건축으로 신규 지급보증할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양아파트의 재건축정비계획 결정안에는 사업비가 9000억원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입찰보증금(5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100억원) 명목으로 직접 대여하는 150억원을 제외하고는 현대건설이 전액 금융조달해야 한다.

이주비 대여에도 현대건설의 신용도가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토지 등 소유자가 기본 이주비 외에 추가 이주비를 대출할 때 주택담보비율(LTV) 30%선까지 지급보증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종전자산평가금액이 1조4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시 추가 지급보증 규모는 4000억원대다. 여기에 사업촉진비 1387억원도 존재한다.

현대건설이 사업보고서상 밝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금액이 10조2966억원이라는 점에 미루어 우발부채 부담은 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한양아파트 재건축의 사업주체인 KB부동산신탁을 차주로 한 브릿지론이 계상될 여지가 존재한다. 정비사업은 착공 혹은 분양시점에 본PF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여의도가 상급지로 통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미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분양 흥행이 유력한 지역인 만큼 순조로운 조달 과정이 예견된다. 현대건설이 미분양시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을 3.3㎡당 7500만원, 8500만원에 대물인수하겠다는 조항을 도급계약서에 담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조달에 앞서 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과 금융협약을 체결하는 작업도 마쳤다. 향후 경쟁입찰을 토대로 시중은행 네 곳 가운데 가장 낮은 금리를 제안한 곳으로부터 사업비를 조달하는 게 가능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거치지 않고 사업비를 조달하는 구조이다 보니 보증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

사업장이 가진 상징성도 뛰어나다. 현대건설은 한강라인 중심으로 '디에이치' 브랜드를 다수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숙원사업으로 통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의 수주전이 본격화되기 전에 상징성 있는 단지를 다수 공급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연초에는 '압구정재건축수주태스크포스팀(TFT)'도 신설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주 직후이다 보니 한양아파트 재건축에 얼마를 지급보증해야 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확실한 건 100% 전액 직접 조달하겠다는 방침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시공사 지위를 따낸 만큼 기존 5개동 계획안을 4개동으로 변경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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