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HMM이 배당 규모를 늘린지 1년 만에 다시 배당금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 전년 해운업계 실적이 직전연도 대비 하락한 데다 해상 운수비용과 해운 동맹 와해 등의 영향으로 업황이 요동치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호황기 쌓인 현금이 적지 않지만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섰다. 현금여력을 배당 재원으로 쓰기보다 대응책으로 쌓아두는 모양새다. 대규모 투자 계획도 앞뒀다. 자금 집행을 결정할 김경배 대표 등 경영진들은 1년의 임기를 다시 수행한다.
◇HMM, 주당 600원 현금배당…전년대비 절반
HMM은 보통주 1주당 600원을 현금배당한다고 이달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4134억원, 시가배당율은 3.0%다. 배당 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배당금은 내달 26일 지급할 예정이다. 직전 사업연도 기반으로 지난해 공시된 결산 배당금은 주당 1200원이다. 주당 배당금이 한해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HMM은 현금 보유량이 많은 기업이다. 10조원이 넘는다. 3분기 말을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9300억원, 빠르게 현금화가 가능한 기타유동금융자산이 9조5700억원 가량이다. HMM의 시가총액이 약 11조1500억원으로 시가총액과 현금 보유량이 비등한 수준이다. HMM은 배당의 재원을 별도로 정해두지 않았다. 남는 현금을 배당 재원으로 본다면 곳간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배당을 줄인 이유는 명확하고 많다. 해운업황 악화와 그에 따른 HMM의 실적 저하, M&A 불확실성, 글로벌 해운동맹 와해 등이다. 눈앞에 놓인 실적과 미래 전망 모두 불확실하다보니 현금 보유량을 배당재원으로 쓰기보다 축적하거나 투자재원으로 남기는 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HMM의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 감소한 5849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모두 줄었다. 매출은 55% 감소한 8조4010억원, 당기순이익은 90% 쪼그라든 1조63억원으로 집계됐다.
HMM의 부진은 기업의 탓이라기보다 주기적으로 도는 해운업계의 호황기와 불황기 때문이다. 최근 홍해 사태로 운임비가 뛰었지만 일시적 요소다.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와해를 앞두고 선제적 대응안도 마련해야 한다.
언젠가 팔려야만 하는 HMM의 운명도 배당 규모를 줄이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HMM 매각은 일단 정지된 상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달 "HMM과 관련한 재매각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일이 얼마가 됐든 재개해야할 작업이다. 호황기에 진행됐던 지난 매각전과 불황기인 지금의 상황도 달라졌다.
◇2026년까지 15조원 투자 계획
돈을 쓸 곳도 정해져 있다. HMM은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선박과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하드웨어에 10조원을, 친환경 연료와 종합물류 등 미래전략사업에 5조원을 사용한다. 벌크선은 29척에서 55척까지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컨테이너 선복량을 기존 82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에서 120만TEU로, 건화물선(드라이벌크) 선대를 19척에서 30척으로, 액체화물선(웨트벌크) 선대를 10척에서 25척으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HMM은 매출의 9할 이상을 컨테이너선에 의존하고 있다. 벌크선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실적이 결정되는 현 구조를 일부 개선할 수 있다.
◇주가 하락·저평가, 장기적 배당정책 마련해야
HMM은 명확한 배당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 2021년 배당을 재개하며 장기적인 해운업 불황으로 배당가능 이익이 없어 배당을 실시하지 못해 왔지만 향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통해 배당금을 확보하고 배당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듬해에는 업황과 시장 평균 등을 고려한 적정 수준의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흐름과 평가 지표들을 보면 장기적으로는 배당 확대를 통한 주가 부양책을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HMM의 주가는 최근 3년 사이 2021년 5월 5만1000원대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우하향해 최근 1만6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0.36배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비율은 89.73%로 코스피 상장사 중 손에 꼽는다. 해운업계 호황기였던 2022년에는 실적과 현금 보유량 대비 HMM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됐다는 리포트가 쏟아지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