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인 SK㈜는 '주가'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다. 몇년 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서 목표 주가를 제시했을 정도다. 지주사로서 직접적인 사업활동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로 주주환원 및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나서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3년여간 긴 내리막을 걸었던 SK㈜가 다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SK㈜의 주가는 지난 29일 하루 만에 10%가 올랐다. 여기에 더해 31일에도 5.1% 상승했다. 이번주 들어서만 15%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계산된다.
시장에서는 SK㈜가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들에 대한 기업가치 제고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SK㈜의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 재무여력 및 보유 자사주 현황을 고려하면 정책 시행에 따라 '밸류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두 배' 이상 높여야 하는 주가 지난해 기준 SK㈜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4배로 예상된다. PBR 1배 미만의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가만 살펴보면 지금의 두 배 이상이 돼도 PBR 1배 달성이 요원하다.
SK㈜는 아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SK㈜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정책이 일단 구체화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 상향의 트리거라고 할 수 있는 자회사들의 실적, 시장상황과 같은 요인들은 기업 차원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업가치 상향을 위한 기업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임에는 맞다. SK㈜의 주주환원 확대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그간 SK㈜는 주주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배당성향을 높이고 있고 매년 시가총액 1%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소각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단 주주환원 정책이 당초 예상과 달리 SK㈜의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된 2022년 3월 18조2778억원이었던 SK㈜의 시가총액은 현재 13조4319억원으로 26.5%가량 줄어든 상태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카드로 주주환원을 선택한다면,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활용 가능성 높은 자사주 SK㈜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로는 '자사주'가 있다. SK㈜는 매년 소각 목적을 위해 매입하는 자사주 외에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주 기준 약 1847만주로 SK㈜ 전체 주식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저평가 해소를 위해 보유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주목된다. SK㈜ 보유 자사주 소각은 이전부터 주주들 사이에서 제기돼온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돌턴인베스트먼트, 라이프자산운용 등은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자사주 일부 소각을 요구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상승 효과를 제외해도 전체발행주식수 감소로 인한 PBR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주가부양만으로 PBR 1배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유 자사주 소각은 매력적인 카드가 되는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주주환원 확대와 실적 회복이 맞물린다면 재평가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SK그룹이 전반적으로 '긴축 경영' 기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 역시 투자 자산 효율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특별배당 명목으로 배당금이 확대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본질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의 경우 7년만에 CEO가 교체되고 투자부문이 축소되는 등 큰 변화를 맞은 상황이다. 신임 CEO인 장용호 사장이 제시할 새로운 SK㈜의 비전이 주가흐름에 있어 새로운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