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브의 공격적인 팽창전략은 영업권 규모에서 잘 드러난다. 약 4년 전 10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이제 조단위로 뛰었다. 기업공개로 끌어온 자금을 쌓아두기 보다 다소 과감한 베팅을 감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다만 영업권 규모가 불어나고 있는 만큼 손상차손 리스크 관리가 관건으로 여겨다. 영업권은 피인수기업의 순자산가치(식별가능한 순자산의 공정가치), 그리고 인수대금의 차이를 말한다. 영업권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웃돈을 얹어 지분을 인수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하면서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상장 직전 해인 2019년 말 연결 기준 영업권이 187억원(쏘스뮤직, 수퍼브)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를 자사 레이블로 인수하면서 1462억원의 영업권이 새로 추가됐다. 이에 따라 연말 누적 영업권이 1649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에는 다시 큰 폭으로 영업권 규모가 점프했다. 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선 사상 최대 빅딜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미국 레이블인 이타카홀딩스(Ithaca Holdings LLC)를 종속회사(100%)인 하이브 아메리카(HYBE America)를 통해 사들였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해외 레이블을 인수한 것은 하이브가 처음이었던 데다 인수금액이 1조515억원에 달했다.
이타카홀딩스는 스콧 스쿠터 브론(Scott “Scooter” Braun)이 2013년 설립한 회사다. 스쿠터 브론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거물급 매니저로 잘 알려져 있다. 인수와 함께 하이브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이사회에 합류했다.
문제는 당시 인수에 따라 8500억원을 넘는 영업권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타카홀딩스의 순자산가치 (식별가능한 순자산의 공정가치)는 비지배주주지분을 제외하고 대략 2014억원으로 추산됐는데 1조원을 넘게 주고 샀다. 네임밸류를 감안해도 높은 가격이다. 방시혁 의장이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직접 스쿠터 브론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웃돈 인수’를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영업권 규모가 2020년 말 1000억원대에서 2021년 말 1조653억원으로 껑충 뛴 것은 이타카홀딩스를 비싸게 산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재무적 리스크를 두고 우려섞인 시선이 있었으나 하이브는 이후로도 공격적 사업확장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2022년 네이버 팬커뮤니티 서비스플랫폼인 브이라이브(V-live) 사업부를 약 2000억원에 인수, 여기서 1939억원의 영업권이 더 생겼다.
지난해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수퍼톤 지분 7%를 추가로 샀고 미국 레이블사인 QC미디어홀딩스 지분 100%를 취득함에 따라 각각 690억원, 2018억원의 영업권이 다시 새롭게 발생했다. QC미디어홀딩스의 인수주체는 이타카홀딩스다.
2022년 말 기준 누적 영업권 규모가 1조2440억원이었으니 수퍼톤과 QC미디어홀딩스 몫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1조5000억원 수준의 영업권이 쌓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상각이나 손상차손으로 영업권 일부가 소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하이브는 2022년 787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영업권에 대한 손상평가를 수행해 장부금액이 회수가능액을 초과하는 경우, 즉 현금창출력이 영업권 가치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그만큼 깎아내 손상차손 처리한다. 당기순손익에 바로 영향을 미치며 손상금액은 다시 환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업권 손상차손은 M&A 이후 몸값이 적정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손상차손을 했다는 것은 값을 쳐준 만큼 이익을 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곳으로 이타카홀딩스가 꼽힌다. 하이브가 인수할 당시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사진), 제이 발빈, 데미 로바토, 블랙 아이드 피스 등의 팝스타를 매니지먼트사 'SB 프로젝트'를 통해 소속가수로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데미 로바토와 제이 발빈이 지난해 떠났으며, 빌보드에 따르면 간판스타인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SB 프로젝트와 계약을 끝내고 굿월드 매니지먼트(Good World Management)와 새로 계약을 맺었다. 저스틴 비버의 경우 스크터 브론과의 결별설이 무수히 제기됐으나 비버와 브라운 측 대변인이 공동성명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