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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전략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재무적 뒷받침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CFO·CSO 겸직 사례를 여러 기업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재무와 전략을 융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CSO 역할을 수행하는 경영전략실장 임원 산하에 CFO 역할을 맡고 있는 재무전략담당 임원을 배치했다. 경영지원실 안에 재무 조직을 두어 이들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현대지에프홀딩스에서 'C레벨(C-Level)'은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직급이다. C레벨은 부문별 최고책임자를 의미하는 용어를 말한다. 다만 두 임원의 업무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경영지원실장을 CSO, 재무전략담당을 CFO라고 볼 수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마친 후 조직을 크게 3실(경영전략·홍보·DT추진), 3담당(미래성장전략·사업개발·재무전략), 11팀(재무전략·재경기획·투자기획·투자관리·법무기획·사업개발·경영개선·인사기획·홍보·DT전략)으로 구성했다.
이 중 재무와 관련된 조직은 ‘경영전략실’이다. 현대백화점에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기획조정본부가 모태다. 기획조정본부는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 커뮤니케이션, 이행 점검 등을 담당한 조직이다. 지주사 전환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사 체제에 돌입하면서 자문격으로 본부 기능을 이전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경영전략실이 재무 부문만을 보는 조직은 아니다. 경영전략실 산하에는 재무전략담당, 법무팀, 투자기획팀 등이 있는데 이 중 재무 관련 조직이 재무전략담당이다. 투자기획팀의 경우 사업계획 전략 수립, 신규사업 기획 등의 업무를 맡는다. 재무, 법무적 시각을 아울러 전략적 방향성을 구축해야 하는 곳이 경영지원실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지원실장의 이력도 전략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이종근 경영지원실장 전무는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에서 경영전략실장을 담당한 인물로, 상무 시절에는 기획조정부에서 미래전략담당을 맡았다. 이전에는 기획조정부에서 투자기획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반면 재무전략담당 임원의 이력은 재무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73년생인 그는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2001년 현대백화점 재경팀에 입사에 줄곧 재무 관련 분야에서 활동했다. 2009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경영관리팀으로 활동했다.
현재도 통상적인 CFO 업무로 분류되는 IR과 자금 및 운영 계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경우 부문별 임원의 전문성은 높이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한 명의 임원이 CFO와 CSO를 겸직하도록 하면 한 쪽 분야의 전문성 결여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부문별 임원을 두되 하나의 조직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할 경우 각 부문의 전문성은 높이면서도 업무 추진 속도 향상이라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 관계자는 "김 상무가 IR과 지주사 자금 및 운영 계획을 세부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며 "CSO란 직급은 따로 없지만 경영전략실의 이 전무가 인수·합병(M&A)과 투자 기획 업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