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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돈 잘 버는 현대로템, 1순위 지출 '채무 상환'

①수주 증가로 현금창출력 8.6배 향상…이자발생부채 대폭 줄여 재무안정성↑

양도웅 기자  2024-01-03 14:55:10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현금창출력이 대폭 향상된 가운데 '채무 상환'에 가장 많은 현금을 지출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인 10%대로 떨어졌다. 이자비용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신용등급까지 상향 조정된 점을 고려하면 업황 호조에 발맞춰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누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0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3%(3602억원) 증가했다.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린 것 중 하나는 계약부채다. 계약부채란 고객사에 제품과 서비스를 양도하기로 약속하고 '미리' 받은 관련 대금이다. 추후 고객사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지기 때문에 부채로 분류된다. 다만 대금을 앞서 받는 것이라 현금흐름에는 긍정적이다.

일반적으로 계약부채는 수주 산업에 속한 기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로템의 양대 사업인 철도제작과 방산(K2전차와 차륜형장갑차 제조 등)도 수주 산업에 속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계약부채 증가로 현대로템에 1272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반대로 계약부채가 줄어 2128억원의 현금이 유출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영업활동에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됨에 따라 현대로템은 유·무형자산 취득(CAPEX)에 전년동기 대비 122%(287억원) 많은 521억원을 지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3552억원의 여유 현금을 손에 쥐었다.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한 것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393%(3314억원) 증가했다.

대규모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한 기업은 여러 선택지를 갖는다.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 투자를 하거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다. 혹은 과거에 빌린 차입금 등을 갚아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재무안정성을 강화한다.

현대로템의 선택은 채무 상환이었다. 잉여현금흐름에 단기금융상품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 중 일부를 동원해 상환 자금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로템이 장·단기차입금과 사채 상환(순상환 기준)에 지출한 현금은 4757억원이었다. 지출 1순위가 채무 상환이었다.


덕분에 지난해 3분기 말 현대로템의 차입금의존도는 14%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0%포인트(p) 하락했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 차입금과 사채 등 이자발생부채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로템은 이자지급에 208억원의 현금을 지출했다.

현대로템은 재무안정성을 높이고 이자비용 부담을 낮춰 방산을 중심으로 한 업황 호조 속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더욱이 지난해 8월 나이스신용평가가 현대로템 회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0/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전보다 더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는 "폴란드향 (K2전차 수출에 따른) 매출 본격화로 방산 부문의 이익 개선이 기대되며 철도차량 부문에서도 저수익 물량 감소로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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