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은 2008년 인수한 미국 전선업체 슈페리어 에섹스(SPSX) 재상장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재무적투자자(FI)에게 한 차례 투자금을 상환했다. 올해 SPSX 자회사(Superior Essex ABL, 이하 SEABL)가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를 받아 다시 기업공개(IPO)를 노린다. 성장성이 높은 통신케이블사업만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핀셋 전략을 세웠다.

LS아이앤디는 지난 5월 증손회사 SEABL 프리 IPO를 마무리했다. 손자회사 SPSX가 보유하던 SEABL 지분 19.99%(약 2000억원)를 에스케이에스크레딧오에프에게 매각했다. SPSX는 확보한 재원을 차입금 상환과 사업 확대 투자 등에 활용한다.

LS아이앤디는 미국에 설립한 지주사(보통주 지분 100% 자회사)인 사이프러스 인베스트먼트(Cyprus Investments)를 거쳐 SPSX에 지배력을 행사한다. Cyprus Investments는 SPSX 지분 100%를 들고 있다. SEABL은 통신케이블을 생산하는 SPSX 자회사(지분 80% 보유)다.


LS아이앤디는 SEABL을 성장시켜 향후 미국 뉴욕 또는 국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5G 자체 특화망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통신케이블사업 성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프리 IPO 과정에서 FI와 SEABL IPO 약정도 맺었다. 매각 거래 종결일로부터 3년 이내(2026년 5월)에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SPSX가 보유한 SEABL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공동매각권(Drag-along Right)을 행사할 수 있다. IPO 기한은 상호 동의 하에 1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LS그룹은 과거 SPSX를 재상장하지 못해 FI 자금을 상환한 적이 있다. 2008년 LS전선은 당시 나스닥 상장사였던 SPSX를 지분 100%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총 9억1900만달러 규모였다. 각각 LS전선이 Cyprus Investments에 출자한 3억4600만달러, Cyprus Investments가 대주단으로부터의 차입한 4억달러, FI 투자금 1억7300만달러 등이다. SPSX는 공개매수 종료 후 상장폐지했다.

2008년 7월 SPSX가 발행한 1억7300만달러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국민연금케이비아이씨 제1호 사모투자전문회사(국민연금)가 인수했다. LS전선은 국민연금에게 2011년 7월부터 2013년 7월까지 SPSX가 IPO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합의 하에 SPSX IPO 기한은 2014년 7월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LS전선은 지역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전선업체 SPSX를 인수했다. SPSX는 권선(동이나 알루미늄 전선에 절연 물질을 입힌 것으로 변압기·모터·자동차·가전제품 등에 주로 사용) 분야 세계 1위 업체였다. 2013년 LS전선은 부동산개발사업부문과 해외투자사업부문(Cyprus Investments)을 LS아이앤디로 인적분할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 상환대금은 지주사 LS가 만들어줬다. 2014년 LS는 Cyprus Investments가 새로 발행한 RCPS를 1658억원(1억6281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재원으로 SPSX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를 만기 상환했다. LS는 2019년 Cyprus Investments RCPS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우선주로 전환했다.


Cyprus Investments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자산총계가 2조3984억원 규모다. LS아이앤디 연결 기준 자산총계(2조5489억원) 대부분을 차지한다. LS아이앤디는 SPSX 등을 포함한 Cyprus Investments 연결 기준 재무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Cyprus Investments는 2016년부터 흑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Cyprus Investments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65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온기 실적(543억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