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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영풍 vs 고려아연

한 가문이 압도하는 곳, 두 가문이 경합하는 곳

①[지배구조]장씨 일가, 영풍 지분율 52.9%...고려아연 지분율 차이 약 3%p '분쟁 가능성'

양도웅 기자  2023-11-29 16:50:3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함께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영풍은 장씨 일가 지분이 압도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고려아연이 이차전지 소재 진출로 시장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어 고려아연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는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영풍은 사실상 장씨 일가 소유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
현재(올해 9월 말 기준) 영풍의 최대주주는 장세준 코리아써키트(영풍 자회사) 대표이사로 지분 16.89%를 들고 있다. 장 대표는 영풍 임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셈이다.

장 대표를 포함한 장씨 일가의 영풍 보유 지분은 29.29%다. 여기에 장씨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개발(15.53%)과 씨케이(6.45%), 에이치씨(1.63%) 보유 지분까지 합하면 52.9%로 늘어난다.

최씨 일가의 영풍 지분은 14.03%다.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의 모친인 유중근 씨와 최씨 일가 소유인 유미개발이 1·2대주주인 영풍정밀이 보유한 지분(4.39%)까지 합하면 18.42%로 늘어난다. 물론 그렇다 해도 장씨 일가 지분율인 52.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풍은 장씨 일가 소유일 뿐 아니라 굵직한 경영 사안에 대해서도 최씨 일가는 소액주주들을 등에 업더라도 견제가 어렵다. 반면 고려아연은 복잡한다. 어느 일가가 일방적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


◇어느 가문도 압도 못하는 고려아연...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 중요

현재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지분 24.81%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이 장씨 일가 소유이기 때문에 사실상 장씨 일가 지분이다. 이외 눈에 띄는 장씨 일가는 장형진 영풍정밀 이사(3.45%)로 다른 장씨 일가 사람과 장씨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는 소액만 들고 있다. 이를 합하면 31.57%다.

최씨 일가는 어느 한 사람이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의 보유 지분이 1.73%에 불과할 정도로 여러 사람이 소액으로 나눠 들고 있다. 경원문화재단, 유미개발, 영풍정밀,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최씨 일가 문중) 등을 합하면 보유 지분율은 15.30%다. 장씨 일가보다 16%p 이상 적다.


다만 고려해야 할 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 표 바깥에 있는 최씨 일가 우호 지분이다. LG화학과 한화H2에너지USA, HMG글로벌(현대자동차 북미 투자법인) 등은 고려아연 지분을 도합 13.7%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 협력 과정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한 세 그룹은 최씨 일가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분까지 합하면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29.0%로 뛴다. 장씨 일가 지분율인 31.57%보다 2.57%p 낮다. 하지만 어느 가문도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지분 8.48%, 소액주주는 지분 33.2%를 보유하고 있다.


◇두 가문, 고려아연 지분 경쟁에서 이길 카드는

그럼 일각의 예상대로 고려아연에서 두 가문이 충돌한다면 두 가문이 보유한 카드는 무엇일까. 장씨 일가는 연결기준 보유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만 5000억원이 넘는 영풍과 그 계열사를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이사회를 활용해 유상증자나 자기주식 교환 등으로 우호 세력을 만들 수 있다. 앞서 LG와 한화, 현대차그룹에 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유증과 자기주식 교환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
상대적으로 지분이 적은 최씨 일가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과거 선대 시절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최씨 일가가 맡기로 결정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현재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일단 현재는 두 가문 모두 본격적인 지분 매집 경쟁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내년 3월 주총이 다가올수록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당분간 이러한 지분 구도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진다. 어느 가문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힘쓰는지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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