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포스코그룹의 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에게 2023년은 훗날 중요한 이정표로 남을 해입니다.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해 통합법인으로 새출발한 원년이기 때문이죠.
통합 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시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2만원대 박스권에 갇혀있던 주가가 올해 9만원대까지 치솟은 걸 보면 알 수 있죠.
통합 초기인 올해 초만 해도 주가는 2만1000~2만2000원대에 머물렀습니다. 4월까지만 해도 큰 변화가 없었죠. 5월 들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3만원을 넘어섰습니다. 7월 중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다가 같은 달 26일 장중 한때 9만6700원까지 올랐습니다.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죠.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 시너지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자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차전지주 투자 열풍도 한몫 했습니다. 당시 이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밟을 넓힌 포스코그룹주가 일제히 올라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에서 핵심 원재료 조달 역할을 맡고 있어 주목받았습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는 5만원대 중후반에 머물러있습니다.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오랜 기간 2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변화입니다. 다만 이번 기업가치 상승이 이차전지주 투자 과열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겠지요.
◇Industry & Event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귀결됩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합병 이후 가장 먼저 자사와 포스코에너지에 흩어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들을 통합해 효율화했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담당하는 LNG 생산과 트레이딩 사업을 포스코에너지의 LNG 저장·발전 사업과 결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LNG 탐사부터 발전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다음으로 역점에 둔 건 정체성 확립이었습니다. 회사는 지난 4월 비전 선포식을 열어 종합상사를 넘어 '친환경 종합사업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식량과 친환경차 부품, 바이오, 이차전지 소재 등을 미래 사업으로 제시했습니다.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철강1본부 △철강2본부 △식량소재본부로 구성된 글로벌사업부문을 △철강본부 △친환경본부 △식량바이오본부로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재무 성과로 합병 시너지를 증명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7조1720억원, 영업이익 636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기존 트레이딩 사업 외에도 친환경 에너지와 모빌리티, 식량 사업 등에서 고르게 호실적을 거둔 것이 주효했습니다. 상반기 실적 이후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가 있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지난 4월 기획지원본부 산하의 IR부서를 '실' 조직으로 확대해 IR 전문성을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자와 소통을 늘린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5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MSCI 지수에 편입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일본 종합상사들의 주가 상승이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일본 5대 종합상사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렸습니다. 버핏 회장은 이들 기업에 "영원히 망하지 않을 회사"라고 극찬하기도 했지요.
◇Market View
증권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단기적인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여전히 성장 모멘텀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LNG 밸류체인 등 에너지 사업을 필두로 이차전지 소재, 식량, 바이오 등 신사업에서 꾸준히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달 말 2023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총 7개의 증권사 리포트가 나왔는데 모두 '매수(BUY)'를 제시했습니다. 목표 주가는 6만5000원~8만3000원이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3만5000원에서 6만5000원로 크게 상향했습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추이는 전통 상품가와 유사하게 흘러갔던 과거의 모습을 탈피했다"며 "친환경 사업(EV· 배터리·친환경 발전 및 수소)의 실적 가시화는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포스코에너지 합병 이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이익 체력은 과거보다 확실히 한단계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단기 실적모멘텀은 다소 부족해도 에너지사업 중심의 중장기 성장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통합법인 출범 후 사업의 변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에너지사업 밸류데이 △친환경소재사업 밸류데이 △애널리스트 데이 같은 기업설명회(IR)를 수시로 개최한 영향도 큽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올해 국내외에서 진행한 투자자 대상 IR 횟수는 12회(실적발표 제외)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행사를 개최한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난 4월 IR 조직이 확대 개편한 이후 나타난 변화입니다.
이에 초대 IR실장을 맡고 있는 정인철 상무에게 연락해 최근 주가 흐름에 대한 생각과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 등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정중하게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대신 IR실 관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기업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함께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알려온 노력을 시장에서 인정해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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