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는 커피회사라는 타이틀 외에도 사업적으로 비슷한 포인트가 많다. 가장 큰 공통분모는 단연 ‘가맹’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스타벅스는 직영이 중심이지만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는 전국 수 천개 가맹 사업장을 보유한다.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다는 점도 통한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도 동일하다.
◇투썸플레이스, 높은 PER 부담 '눈높이 격차' 매각으로 선회
CJ푸드빌은 2018년 투썸플레이스를 분할한 후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앵커PE 체제에서 투썸플레이스는 비대면 시스템을 강화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우선 그간 스타벅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마트오더 기능을 고도화했다. 자체 멤버십 애플리케이션 ‘투썸하트’를 개발해 정착시켰다. 멤버십 스탬프 적립, 모바일주문, 케이크 예약 서비스 등을 도입하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배달 서비스도 2019년부터 선제적으로 시도하면서 코로나19 기간에도 매출이 선방했다.
앵커PE는 2021년부터 엑시트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이 시기를 적절히 활용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옵션으로 떠오른 게 IPO다. 투썸플레이스는 2021년 5월 주요 증권사에 기업공개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군단이 포함되어 있었다. 2022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삼았다.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다 투썸플레이스는 IPO 의사를 밝힌 지 1달 만에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들에 상장을 철회한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계획을 접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눈높이’가 안 맞았다. 투썸플레이스의 피어그룹으로 당시 순이익과 사업 모델이 비슷한 교촌F&B가 거론됐다. 앞서 2020년 상장한 교촌F&B의 경우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31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앵커PE가 투썸플레이스를 매입(약 4700억원)한 금액보다 월등히 낮았다. 앵커PE 입장에서는 엑시트를 하려면 PER를 올려야 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주주가 PE라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 이후 경영권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우려감이 존재하고, 이는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E가 최대주주인 경우 IPO 흥행 사례도 드문 편이다. 결국 IPO를 접은 앵커PE는 칼라일그룹에 투썸플레이스를 약 1조원 수준에서 재매각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IPO에 대해서는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디야, '두 차례 IPO시도' 가맹점 상생 이슈로 문턱 넘지 못해
이디야는 IPO 시도 횟수만 2번이다. 다만 결과는 모두 자친 철회로 이어졌다. 이디야는 2017년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와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으며 IPO를 추진했다. 당시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위해 기업실사 등을 단행하며 절차를 밟아나갔지만 철회한 바 있다.
4년 후, 2021년 문창기 이디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번 IPO를 언급했다. 잠시 보류했던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틀을 닦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7년과 2021년, 이디야가 각각 상장 카드를 꺼내든 목적은 상이했다. 2017년의 경우 IPO 공모자금으로 공장을 짓는 데 활용하려고 했지만 결국 자체 자금을 조달해 2020년 드림팩토리를 완공했다. 2021년에는 공모자금으로 스틱커피 외에도 파우더 등으로 B2B 사업을 확대하고 M&A 등을 통해 커피회사를 넘어 식품사로 도약할 구상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는 IPO 계획을 접은 상태다. 이디야 관계자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투썸플레이스는 기업가치 격차가 존재했다면 이디야는 '가맹점 상생'이라는 암초가 존재했다.
이디야는 2021년 기준 전체 매장(3018개) 중 3005개가 가맹점으로 가맹 비율만 99.6%에 달할 만큼 가맹점 파워가 세다. 점주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본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 이디야는 커피업계 선도적으로 지난해 내부에 상생협력팀을 신설하고 점주협의회를 공식적으로 발족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자가 기업공개 시 소액주주와 가맹점주, 기업의 오너 등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가 상당하다"면서 "본사에서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 프랜차이즈 기업에게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맘스터치가 자진 상폐한 이유도 바로 그것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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