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탈 서비스 기업 AJ네트웍스가 차입의 질을 개선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여주형 AJ네트웍스 지주부문 경영기획실 재무관리팀장(상무)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치솟은 단기성차입금 비중을 낮추는 차환 전략을 가동했다. 올 연말까지 유동성 보유량을 줄이지 않고 차입 만기 구조 장기화에 집중한다.
AJ네트웍스는 올해 단기성차입금을 장기성차입금으로 전환하는 차환 전략을 실행했다. 지난 8월에는 약 2년 만에 공모채 발행을 재개했다. 1년 6개월물(170억원, 이자율 6.514%), 2년물(180억원, 이자율 6.661%) 등 총 35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해 만기 6개월~1년짜리 365억원 규모(금리 5.7~7.5%) 기업어음(CP)을 상환했다.
여 상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금 확보를 최우선에 두는 재무 정책을 폈다. 그해 9월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약속한 춘천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부도 처리되면서 PF 유동화물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 전반이 경색돼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AJ네트웍스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한 사채는 차환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웠다. 여 상무는 금융시장이 안정화할 때까지 유동성을 넉넉하게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유 현금성자산을 늘려 향후 3개월 동안 운영자금과 차입금 만기에 대응할 유동성을 갖추기로 했다.
AJ네트웍스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을 300억원 규모로 유지했다. 그해 4분기부터는 현금성자산을 800억~10000억원 규모로 늘렸다. 레고랜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다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올 연말까지는 현금 보유량을 줄이지 않을 예정이다. 금리 등 금융시장 안정화 여부를 더 지켜보고 유동성 보유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미국 국채 금리 등 시장 지표를 살피며 자금 운용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 과제를 해결한 뒤에는 단기성차입금을 장기성차입금으로 차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AJ네트웍스는 지난해 단기차입금에 의존해 현금성자산을 늘렸다. 2021년 말 1133억원이었던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209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리스부채를 포함한 총차입금 증가액(833억원)은 대부분 단기차입금 증가분(962억원)이었다.
지난해 차입 만기 구조 단기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해 말 연결 기준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71%(6821억원)로 상승했다. 2020년과 2021년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48~49%였다.
올해 차환 전략 성과가 나타나며 차입 구성이 바뀌었다. 지난 상반기 말 AJ네트웍스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826억원 줄어든 1269억원, 장기차입금과 사채는 각각 655억원, 620억원 늘어난 4701억원, 35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58%(5732억원)로 떨어지고, 장기성차입금 비중은 42%(4235억원)로 증가했다.
차입 규모는 줄이지 못했다.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9967억원으로 전년 말(9551억원)보다 416억원 증가했다. AJ네트웍스는 금융시장이 안정화됐을 때 여유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전략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익성 방어 전략 수립은 남겨진 숙제다. 한국기업평가는 AJ네트웍스가 렌탈료 인상 등으로 조달비용 증가분을 상쇄하지 못하면 마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AJ네트웍스 연결 기준 금융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29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