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사의 두 번째 바이오 섹터 투자 펀드인 라이프사이언스펀드 2호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삼성물산도 출자를 확정한 결과다. 약 1500억원에 달했던 1호 펀드보다 규모는 적지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펀드가 추가로 조성되는 점에 시장 이목이 쏠린다.
삼성그룹의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조성 이슈는 규모와 시기 모든 면에서 업계에 반향을 일으킨다. 근래에 투심 악화가 이어지며 라이프사이언스, 즉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을 전문적으로 타깃하는 대형 펀드가 실종됐던 것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움츠러든 비상장 펀딩 시장에 활기를 더할 거란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삼성물산 2호 펀드에 500억 쾌척… 결성 총액 1000억 안팎 전망 25일 삼성물산은 총 499억원 규모의 SVIC 6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대한 출자를 약정하고 이사회에서 결의 및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삼성벤처투자가 결성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가입하는 건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약 178억원을 출자키로 결의한 펀드 역시 SVIC 64호다.
삼성물산은 내달 499억원의 출자금 가운데 일부(최초 출자금)를 납입할 예정이다. 최초 출자금 납입 시기 또한 같은 날 펀드 출자를 위한 이사회 의결을 마무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일하다. SVIC 64호 구체적인 결성 총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앞서 양사의 총 출자액만 합쳐도 최소 700억원 이상의 바이오섹터 타깃 펀드가 조성되는 셈이다.
더불어 SVIC 64호는 앞서 2021년 8월 역시 삼성그룹에서 조성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 1호와 출자자(LP)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프사이언스1호 펀드 LP는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벤처투자였다. 에피스와 벤처투자도 2호 펀드 출자에 비슷한 비율과 규모로 합류한다 가정하면 결성총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이 함께 움직여 진행하는 간접투자는 지금까지 대체로 순항한 모습이다. 앞서 2021년 조성한 1호 펀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약정총액의 절반 가까이 납입이 마무리됐다. 특히 ADC 등 신기술에 방점을 찍은 뒤 국내외를 가리지 않은 투자에 나서며 올해 9월 말 기준 4곳의 피투자사를 발굴하기도 했다.
◇'신기술'에 한층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 가능… "기본 전제는 롱텀(Long-term)" 이 과정에서 다시금 1000억원에 육박하는 섹터 펀드를 구성하는 점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최금 투심이 급격히 악화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들도 삼성그룹의 펀드 조성을 포함한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2021년 1호 펀드를 조성할 때와 달리 비상장 바이오 투자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 조정(리레이팅)이 발생한 시기에 삼성그룹의 보폭 확장이 포착된 점은 더욱 특기할 만하다.
삼성그룹은 과거 대비 바이오벤처의 몸값이 낮아진 상황을 매력적으로 판단한 모습이다. 이는 적은 비용을 들여 한층 높은 투자 효율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초 해외를 중심으로 보겠다던 라이프사이언스 1호 펀드에서 국내 마수걸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린 것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위 관계자는 "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에 대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기본적으로 롱텀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지금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으나 몸값이 상대적으로 비쌌고 IPO 문턱은 기존 대비 높아진 점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라이프사이언스 1호 펀드의 ADC 업체인 에임드바이오 투자 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약 50억원 가량이 집행됐다는 게 중론"이라며 "업계에선 작금의 50억원이면 2~3년 전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단일 FI를 통해 유치한 것인 만큼 펀딩 시장에 활기가 돌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