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올해도 글로벌 ESG 평가기관의 기대를 총족시키지 못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로부터 최근 'B' 등급을 부여 받은 것. 업계 평균 미달인 '미흡(Laggard)' 수준으로 3년 전부터 계속해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MSCI가 지적한 문제점은 명확했다. 사기나 횡령 등 윤리적 이슈를 관리하는 '기업 행동(Corporate Behavior)' 항목의 발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주식 내부자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전력이 에코프로비엠에 누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하위권'…발목 잡은 횡령 등 윤리적 이슈 MSCI는 최근 정기평가를 통해 에코프로비엠의 ESG 등급을 'B'로 매겼다. MSCI는 로베코샘, 서스틴이베스틱 등과 함께 글로벌 주요 ESG 평가기관으로 꼽힌다. MSCI의 B 등급은 MSCI지수에 편입된 전기장비 업체 160여 곳 가운데 하위 약 37%에 해당한다.
에코프로비엠은 '기업 행동'에서 가장 박한 점수를 받았다. '미흡'으로 매겨진 기업 행동은 사기나 횡령 등 윤리적 이슈를 관리하는 회사의 노력을 보는 항목이다. 지난해 주요 임원들이 주식 내부자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 따른 부진한 결과로 관측된다.
내부자거래 리스크는 현재 일정 부분 사그라든 상황이다.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이 관련 혐의로 올해 5월 법정 구속됐고 이후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화하는 식의 투명성을 확보해 가면서다. 다만 이러한 사정이 MSCI 평가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환경 평가에서도 지적받았다. MSCI가 '유독성 물질 배출 및 폐기물(Toxic Emissions & Waste)' 항목을 미흡하다고 본 것. 헝가리 진출을 추진 중인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현지로부터 지하수 부족과 수질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단 부정적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3년 전부터 글로벌 ESG 등급 중 가장 낮은 CCC를 받아 오다가 지난해 12월 B 등급으로 한 단계 올라왔다. 하지만 올해도 같은 등급을 받아 하위권 탈출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지주회사인 에코프로 역시 같은 B 등급에 머무는 상황이다.
◇가파른 성장의 결과…변화 첫발은 뗐지만 에코프로그룹은 올해부터 국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될 만큼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지만, ESG 분야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동안은 '성장'이 가장 중요했던 만큼 ESG에 대응할 내부 체계와 전문 인력을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에코프로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약 6조4880억원 수준이다. 3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548%가량 증가했다. 가파르게 성장하다 보니 ESG 경영의 확산 등에 동시에 대응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글로벌 ESG 평가는 투자 심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ESG가 글로벌 투자의 '뉴노멀'이 된 이후 투자자들이 MSCI 등급을 참고하고, 관련 파생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진단도 글로벌 ESG 평가를 내실 경영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를 확보하고 선진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등급 상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양극재 시장 내 경쟁 업체인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은 MSCI ESG 평가에서 에코프로비엠보다 높은 A, BBB 등급을 각각 부여받은 상태다.
앞에서 살짝 언급했듯 변화의 첫발은 뗐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준범감시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올해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돕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