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한진은 지난해 6월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마트솔루션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2025년 비전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게 비전의 골자였다.
투자재원 마련을 향한 업계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년여가 지난 현재 ㈜한진은 흔들림 없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진은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한편 기존 투자자산까지 현금화해 회수하며 투자재원에 보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은 2023년 2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2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0.5% 감소했으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7.8% 급증했다. 투자를 지속하면서 현금 출입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한진이 3년여에 걸쳐 1조1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업계에선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같은해 2분기 말 기준으로 ㈜한진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432억원에 불과했고 이전 5년(2017~2021년) 동안 영업활동에서 연평균 2000억원 미만의 현금흐름만을 창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한진의 투자전선에는 큰 지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설비투자 예정 금액은 지난해 2분기 말 6330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2939억원으로 줄었다. 1년 동안 3391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순감소량은 287억원에 불과했다.
㈜한진의 가장 큰 현금 창출원은 영업이었다. ㈜한진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022년 2분기 248억원에서 올해 2분기 777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면 창출 현금흐름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투자 부담도 경감됐다.
눈에 띄는 건 투자활동에서의 현금 유출 규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는 206억원의 플러스(+) 현금흐름을 만들었다.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투자활동을 통해 현금이 순증가했다는 것은 ㈜한진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산을 현금화해 회수한 규모가 설비투자 집행 금액보다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진 관계자는 "유휴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의 매각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면서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은 지난해 2025년 비전을 위한 투자를 개시하기에 앞서 2021년 매각예정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된 자산을 처분해 1641억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지난해에도 천안 택배터미널 등의 비핵심자산 매각으로 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유휴 부동산뿐만 아니라 단기금융상품의 현금화도 진행 중이다. ㈜한진은 올해 상반기 825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을 새로 취득한 반면 기존에 보유한 단기금융상품 가운데 1304억원을 처분했다. 올해 단기금융상품을 통해 ㈜한진이 창출한 순현금은 479억원이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 투입한 현금 579억원의 83%를 상쇄한 것이다.
㈜한진은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창출 여력이 다소 제한적이다. 부채비율은 올해 2분기 말 연결기준 171.4%로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차입금의존도가 47.2%에 이른다. 안정적 기업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30%를 웃돌고 있다.
㈜한진은 외부에서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기보다 상환을 우선시해야 하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진이 2025년까지 투자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영업활동만으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기존 투자자산의 현금화를 꾸준히 시도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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