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나노신소재가 신사업으로 키운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 사업의 성장성을 확신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CNT 도전재의 독보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한다.
특히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섞어 발행해 2000억원 가까운 자금 조달에 나섰는데 다수의 투자자들이 몰리며 신사업의 인기를 확인했다. 오버부킹에 성공하며 3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지만 정관 한도에 맞춰 조달 금액을 확정했다. 대규모 딜임에도 불구하고 통상 메자닌 발행하는데 걸리는 1달 정도에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나노신소재는 지난 1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4~6회차 CB와 BW 발행을 결의했다. 4회차 CB는 620억원, 5회차 BW는 1000억원, 6회차 CB는 330억원 규모다. 총 1950억원이다. 21일 투자자들이 납입을 마치면 발행이 마무리된다. 이번 딜에는 신기술투자조합, 헤지펀드 운용사, 벤처캐피 등 30여곳이 투자에 나섰다.
CNT 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나소신소재의 대규모 조달은 사실상 예상된 수순이었다. 2차전지 호황으로 CNT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지난해도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약 800억원을 조달했다. 대학교수 출신인 창업주 박장우 대표의 경영 기조가 보수적인 편으로 알려지며 추가 조달이 당분간 없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CNT 도전재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자본 시장 통로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이번 딜을 추진하는데 있어 주관사 측도 발행 금액을 정한 후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전해진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는데 나노신소재에 대한 투심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막상 수요 예측에 나서보니 CNT 도전재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2000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정한 것은 단순히 정관상 남은 한도 영향이었다. 정관이 정해져있다보니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도 증액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노신소재가 주목을 받는 것은 CNT 도전재 영향이다. 국내에서 양극재용과 음극재용 CNT 도전재 사업을 추진하는 유일한 곳이다. 도전재는 배터리 내 양극재와 음극재, 집전체(동박, 알루미늄박) 사이에서 배터리 내 전자의 이동을 촉진하는 소재다. 전기차 자동차용 배터리 성능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셀 고객사 대상으로 CNT 도전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차세대 소재로 떠오르는 실리콘 음극재에서 CNT 도전재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에 CNT도전재를 함께 사용하면 CNT가 완충 작용을 해 실리콘 입자의 부피 팽창을 잡아준다. 전기 전도성을 높여 수명을 향상시키고 충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나노신소재는 이번 조달금액을 활용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지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 지역 600억원, 유럽 지역 350억원, 국내와 중국 각각 200억원, 일본 지역 100억원 규모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나머지 금액은 인건비와 재료비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CNT 도전재 생산거점을 해외 곳곳에 마련해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향후 후발주자가 등장해도 나노신소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생산 밸류체인을 마련한 만큼 쉽게 장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기대감도 깔렸다. 증권가에서는 나노신소재의 생산 능력이 올해 1만3000톤(t)에서 내년 3만1000t, 2026년 8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자닌 투자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라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려고 줄을 섰고 수요 예측에서 3000억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며 "현재 증권가에서 내놓는 규모 이상으로 생산 능력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