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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13년 만에 재고자산 떠안은 배경은

당구업체 인수 탓, 재무적 영향은 없어…글로벌 엔터사로 성장 중

황선중 기자  2023-08-18 11:07:39
아프리카TV가 13년 만에 재고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외연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물이다. 소규모에 불과해 재무적인 영향은 사실상 전무하지만, 아프리카TV의 사업적 변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분기 재고자산 등장, 자회사 '파이브앤식스' 영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재고자산(연결 기준)을 보유하게 됐다. 1분기 말까진 재고자산이 전무했지만, 2분기 말에는 재고자산 14억원이 생겨났다. 재고자산은 전부 상품이었다. 아프리카TV가 재고자산을 떠안은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회계적으로 재고자산은 기업이 영업활동 과정에서 제품 생산과 판매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뜻한다. 제품 생산에 쓰이는 원재료와 원재료를 가공 중인 재공품, 재공품을 완성한 완제품, 외부에서 들여온 상품 등이 대표적인 재고자산이다. 통상 제조업체나 유통업체가 원활한 영업활동을 위해 재고자산을 쌓아둔다.

아프리카TV는 재고자산과 거리가 먼 기업이다.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를 기반으로 사업 대부분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의 98.4%가 해당 플랫폼에서 발생했다. 주로 플랫폼 이용자가 구입하는 '별풍선' 같은 유료 아이템이나 광고로 수익을 창출한다. 13년 동안 재고자산이 없었던 이유다.

이번에 재고자산이 늘어난 원인은 자회사 '파이브앤식스' 영향이다. 아프리카TV는 지난 4월 당구 전문기업 파이브앤식스를 50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들였다. 자연스럽게 파이브앤식스가 보유한 재고자산이 아프리카TV 연결 재무제표에 산입됐다. 파이브앤식스는 원활한 당구용품 판매를 위해 일정량의 재고자산을 비축해두고 있다.

◇진화하는 아프리카TV, 자체제작 콘텐츠 '주력'

재고자산이 아프리카TV 재무구조에 미칠 영향은 사실상 전무하다. 우선 재고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 2분기 말 기준 아프리카TV 총자산(5087억원)의 0.2%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프리카TV가 당구용품을 판매하기 위해 파이브앤식스를 인수한 것도 아니다. 재고자산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아프리카TV의 사업적 변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간 아프리카TV 사업 전략은 소극적인 편이었다. 인기 방송인(BJ)을 통해 플랫폼 이용자를 늘리고 유료 아이템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최근 개인방송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인기 BJ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아프리카TV는 자체제작 콘텐츠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한 '시그니처 콘텐츠' 사업이 대표적이다. 다른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비슷한 개념이다. 아프리카TV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지식재산권(IP)까지 보유하는 구조다.

아프리카TV가 파이브앤식스와 공동 주관하는 당구 대회 포스터

당구 전문기업인 파이브앤식스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포츠를 매개로 다채로운 자체제작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함이다. 실제로 아프리카TV는 최근 당구 대회를 개최하고 중계까지 하고 있다. 앞으로는 당구를 넘어 더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콘텐츠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TV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만큼 아프리카TV의 변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가 지난달 31일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프리카TV에서 TV를 빼고 싶다"라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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