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처분, 마곡 C&D (connected collaboration & Development) 센터 완공 연기. 대웅제약이 최근 밝힌 몇가지 굵직한 결단에는 나름의 고민이 묻어있다. 바로 현금확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대웅제약은 대규모 투자를 고민하면서 실탄 마련에 분주하다.
차입이라는 손쉬운 방법도 있지만 최대치로 치솟은 부채부담을 감안하면 여의치 않다. 6%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도 부담이다. 불필요한 자산은 효율화 하고 당장 급하지 않은 투자는 홀딩하는 재무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나보타'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곡 C&D 투자 705억 '홀딩', 자사주 처분으로 500억 확보
대웅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달 31일 완공을 목표로 했던 마곡 C&D 센터의 공사기간을 3년 뒤인 2026년 7월 3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구 협업 조직, 즉 오픈이노베이션의 R&D 전진기지로 705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2019년 첫 삽을 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완공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마곡 부지에는 크레인만 서 있을 뿐 그 무엇도 만들어진 게 없다. 공사일정이 지연되다보니 당연히 자금집행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선 지난 3월 결정한 대웅제약의 자사주 처분과도 연결해 볼 수 있다. 당시 대웅제약은 보유한 자사주 42만7350주를 주당 11만7000원에 지주사 ㈜대웅에 처분했다. 이를 통해 총 500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현금성 자산은 3월 말 기준으로 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기준으로 분기에 약 250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유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나 재무적 지출이 없던 한 대략 900억원 안팎의 현금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곡 C&D 센터에 대규모 투자금이 집행됐다면 재무적 출혈은 당연하다. 자의든 타의든 마곡 C&D 센터 공사 연기 건은 유동성 측면에선 꽤 우호적인 결정인 셈이다.
◇1000억 규모 나보타 3공장 추진, 고금리에 이자부담 확대
대웅제약에 있어 유동성은 현재 꽤 중요한 이슈다. 마곡 C&D 센터 외에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어서다. 지난 5월 결정한 나보타 3공장 신설에 1014억원의 투자금이 집행될 예정이다. 종료일은 2026년 5월, 공교롭게도 마곡 C&D 센터의 완공 시기와 겹친다.
다만 대웅제약은 마곡 C&D 센터의 공사일정은 넉넉잡아 공시한 것일 뿐 내부적으로는 2025년을 예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펙수클루 및 나보타의 해외진출은 물론 메디톡스와의 소송전 등에도 상당규모의 자금집행이 예상된다. 연구개발(R&D)에만 해마다 2000억원이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유동성 확보의 가장 첫번째 대안인 차입은 높은 금리 탓에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말 기준 대웅제약의 차입금은 4400억원으로 2020년부터 같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차입이 500억원대에서 1400억원대로 대폭 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단기차입금 금리는 6%에 달한다. 2년 전만 해도 1%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괴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35억원으로 전년도 같은기간 23억원과 비교해 늘었다.
올해 대웅제약의 현금 확보 전략의 중심에는 3월 지주사 ㈜대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한 송기호 부사장이 있다. 2010년경 대웅제약에서 근무하던 그는 2016년 한미사이언스의 CFO로 이직했다가 다시 ㈜대웅으로 적을 옮긴 인물이다. CFO라는 직책이 따로 없다가 올해 새로 만들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금확보를 포함한 중장기 재무전략을 짜는 데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마곡 C&D 센터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내부적으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고 대금 납입 역시 완공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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