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음원서비스 플랫폼 ‘플로(FLO)’의 사업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 확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는 20년 가까이 음악사업을 진행했지만 성과는 시원찮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1위 멜론과 격차가 크다.
네이버로서는 뼈아픈 결과일 수 있다. 당초 네이버는 음악사업을 기존 사용자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락인(lock-in·묶어두기) 효과'를 위한 것으로 판단해 힘을 싣지 않았지만 음악사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힘을 쏟는 AI(인공지능) 사업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네이버, 바이브 부진에 플로 영업권 노리나
17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드림어스컴퍼니로부터 플로의 사업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드림어스컴퍼니는 플로 등 음악사업과 디바이스사업 등을 주축으로 영위하는 기업이다. SK스퀘어가 지분 51.44%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플로 사업권 인수 추진 배경으로 네이버 음악사업의 시원찮은 성과가 꼽힌다. 네이버가 음악사업에 뛰어든 것은 벌써 20년에 가깝다. 네이버는 2004년 8월 3일 유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네이버뮤직을 론칭했다. 네이버는 엠넷닷컴, YG플러스 등 외부 유통사에 위탁을 맡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는 2018년 6월 음악 플랫폼 앱인 바이브(VIBE)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에는 네이버뮤직 서비스를 종료하고 바이브와 통합했다.
그러나 성과는 시원찮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인 IOS와 안드로이드 사용자 4000만명을 대상으로 5월의 월간 사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 바이브 이용자는 105만명으로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5.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 멜론과 격차는 6배가 넘는다.
실적 기여도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는 정기보고서에 뮤직 등 음악사업과 관련해 거의 소개하지 않았으며 실적도 콘텐츠부문에서 기타항목으로 분류해뒀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음악사업 등이 포함된 기타영역의 비중은 1%에 못 미친다. 네이버가 음악사업을 시작한 지는 오래됐어도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는 못한 셈이다.
네이버의 음악사업 실적은 SK스퀘어의 플로와 대비된다. 플로도 네이버 바이브와 비슷하게 201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주자지만 월간 이용자 수는 200만명으로 시장점유율이 10.2%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플로를 인수하면 이용자 수는 산술적으로 300만명이 넘게 된다. 이는 1위 멜론 이용자 수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3위 지니뮤직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플로는 실적 안정성도 좋은 것으로 파악된다. 드림어스컴퍼니는 플로 등이 속한 뮤직부문 매출이 올 1분기 448억원이라고 밝혔다. 전체 매출의 64%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전년 동시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뮤직부문의 2022년 연간 매출은 1838억원으로 전체의 67%를 차지, 2021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익창출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록 지난해 드림어스컴퍼니의 뮤직부문은 적자를 냈지만 올 1분기에는 흑자전환했다.
◇AI 등 음악사업 시너지 기대, 박선영 네이버 고문 역할 '주목'
네이버의 플로 인수설이 불거진 데는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누리고 이용자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플랫폼기업들이 끊임없이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SK텔레콤은 2013년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던 멜론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그러나 AI스피커 등으로 음악사업의 필요성이 커지자 음원서비스인 플로를 출시하며 이 사업에 재도전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멜론 매각을 놓고 ‘아쉬운 실수’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버도 음악사업의 필요성에 LG유플러스 모바일 고객이 바이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부가서비스를 올해 출시하며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이 정도 동맹으로는 AI사업 등과 시너지를 내기에 부족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네이버의 플로 인수설에는 박선영 드림어스컴퍼니 사외이사가 가교가 됐다는 관측도 있다. 박 이사는 현재 네이버의 경영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네이버에서 V&엔터서포트 이사, 네이버V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를 맡았다. 이후에는 네이버의 글로벌 팬십 비즈니스(Global Fanship Business) 책임 리더도 지냈다.
네이버V는 네이버가 서비스했던 글로벌 스타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지금은 하이브의 위버스와 통합됐다. 그러나 박 이사가 네이버의 음악사업과 무관치 않은 만큼 이번 네이버의 플로 인수 시나리오에도 그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네이버와 드림어스컴퍼니 관계자는 “구체적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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