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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기업의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티맥스소프트가 일본 법인인 '티맥스소프트재팬'에서 근무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찾는다. 일본은 현재 노후화된 IT시스템 전반을 현대화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수요가 증가하자, 티맥스소프트는 일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티맥스소프트가 출자한 17개 종속·관계기업 가운데 티맥스소프트재팬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총계가 128억원으로 두 번째로 큰 티맥스싱가포르(26억원)의 약 5배 크다. 몸집만 클 뿐 아니라 올해 1분기 가장 많은 매출액(39억원)과 순이익(3억원)을 올렸다.
앞으로 티맥스소프트재팬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티맥스소프트는 영국과 러시아, 독일, 호주, 스페인, 홍콩, 대만 등 7개 국가에 있는 현지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호주 법인은 청산 완료됐다. 이러한 구조조정 작업은 일본과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을 쏟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순위는 일본이다. 이달 초 티맥스소프트 경영진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시상담회인 '2023 코리아 ICT 엑스포 인 재팬'에 부스를 열었다. 일본에서 IT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 부문에서 티맥스소프트는 자신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일본 기업들에 클라우드 제품을 공급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5월에는 일본 소프트웨어 기업인 SBJ DNX와 금융기관용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 솔루션'을 개발·제공하기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개발이 이뤄지면 지방은행, 신용금고 등에 관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티맥스소프트재팬의 CFO도 찾고 있다. CFO의 기본 업무인 재무회계와 결산, 세무뿐 아니라 사업 운영에서도 역할을 요구한다. 일본어로 소통하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하고 일본 현지 세무와 회계 제도에 익숙한 인물을 선호한다. 직급은 부장급이며, 상급자는 일본법인장은 라종필 전무다. 라 전무는 사내에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티맥스소프트재팬은 일본 도쿄에 법인 사무실을 두고 있다. 현지에서 보도자료를 직접 배포할 정도로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현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과 손을 잡고 일본의 부족한 IT 인식을 높이기 위한 세미나 등 행사도 열고 있다. 티맥스소프트재팬 CFO도 이러한 대외 활동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여러 역할을 요구하는 만큼 모회사인 티맥스소프트는 티맥스소프트재팬 CFO에 차량과 부임비, 주택임차료, 의료비, 교육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본급과 성과급도 티맥스소프트와 동일하게 책정해 지급한다.
티맥스소프트 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다. 지난해 초 인수했다. 대주주였던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과 티맥스데이터는 당초 티맥스소프트를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다. 하지만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는 클라우드 역량을 높이고 해외 사업을 확대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