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은 2002년 그룹의 지주사격 회사인
한화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당시 업종별 전문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이유로 떨어져나왔다. 그러나 20여년 만인 2022년 11월 다시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한다. 그룹 금융부문을 지배하는 한화생명 지분의 교통정리와 관련이 깊은 움직임이다.
해당 콘텐트는 한화의 한화건설 흡수와 그 의미를 종합적으로 다룬다.
한화건설은 태평양건설이 전신이다. 1996년 한화에 인수되면서 건설부문으로 자리잡았다. 시공실적이 2000억원~4000억원 정도로 영세했던 시기다. 그러다 2002년 한화는 사업구조 재편을 목적으로 내세워 한화건설과 한화기계를 떼어낸다.
분할방식은 물적분할로 주식매수청구권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기명식 보통 2000만주를 발행했으며 전량을 한화건설에 배정해 한화가 최대주주(100%)인 구조가 됐다.
한화건설은 분할 직전에 주택 브랜드 '꿈에그린'을 론칭했으며, 매출액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선 2013년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역대 최고 순위인 9위를 기록했다.
4.2.2. 핵심은 한화생명 지분펼쳐보기 접기
한화가 흡수합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한화생명 지분을 한화로 모으기 위한 의도가 작용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화건설로부터 지분을 직접 사오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비용부담도 문제지만 한화건설 입장에서도 장부가액을 밑도는 가격에 지분을 파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말 기준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의 장부가액은 2조2800억원을 넘는 상태였다. 반면 공정가치를 평가하면 6860억원에 불과했다. 시가를 받고 지분을 팔았다간 한화건설은 바로 조단위 손실을 보면서 자본잠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게 되면 한화생명은 자연히 한화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비용부담이나 재무적 타격없이 지배구조 개편을 이룰 수 있는 방책이었다.
5.2. 지주비율펼쳐보기 접기
한화가 한화건설 흡수를 결정하면서 업계에선 지주비율 상승을 점치는 시선이 있었다. 한화는 '지주사 격'으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자산총계에서 자회사 지분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지주비율)이 50% 이상을 넘겨야 성립하며, 한화의 지주비율은 이에 미달하는 상태다. 다만 2019년 44%에서 꾸준히 높아져 2021년 말 46%를 기록했다. 지주비율은 총자산에서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을 계산해 구한다.
한화로선 지주비율 상승으로 인한 지주사 전환을 피하는 게 유리했다. 지배구조가 이미 한화를 중심으로 짜여진 만큼 전환의 실익이 거의 없었다. 지주사가 되면 행위제한 요건 등 규제도 만만치않다. 우선 자회사 지분율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소유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자칫 대규모 자금 출혈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손자회사가 신규 사업에 나서려면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해 신규 투자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한화의 경우 지주사 전환이 확정되면 금산분리에 따라 한화생명을 팔아야 하는 문제가 가장 컸다. 일반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하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지주사가 되면 2년의 유예기간 안에 금융 계열사를 처분해야 한다.
한화그룹은 기업설명회(IR)에서 IFRS17이 도입되는 2023년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면 지주비율을 초과할 수 있기 때문에 2022년 합병을 진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분간 지주사 전환의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실제로 한화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한화건설 흡수 이후 지주비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지주비율의 분모가 되는 자산총계가 3조원가량 늘어난 덕분이다. 지주비율의 분자격인 자회사 지분가액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2022년 6월 말 한화의 종속기업투자주식 4조9801억원 가운데 한화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5%(1조2587억원)였다. 그러나 흡수합병에 따라 자회사 지분가액은 한화건설 몫만큼 줄어들었다.
5.3. 회사채 신용등급 상향펼쳐보기 접기
한화건설은 합병 전 보유하고 있던 채권들의 신용등급이 한화 체제에서 모두 상향 조정됐다. 2022년 11월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건설에서한화로 이관된 무보증사채에 신용등급 'A+(안정적)'를 부여했다. 기존 'A-, 안정적' 혹은 ' A-, 긍정적'에서 등급이 올랐다.
신용평가방법론이 '건설업 신용평가방법론'에서 'Corporate(제조) 신용평가방법론'으로 바뀌면서 사업항목 평가등급이 'BBB+'에서 'A+'로 개선된 영향이 컸다.
건설업 신용평가방법론은 △매출액 △조정시공능력평가순위 △사업 포트폴리오 △공사물량 확보능력 등의 기준을 적용해 사업항목을 평가한다. 공사물량 확보 능력에 대해서는 14%의 가중치가, 나머지 3개 항목에 대해서는 각각 12%의 가중치가 부여되는 구조다.
한화건설의 경우 3년간 평균 3조원 후반대의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에 AA등급 요건인 4조원을 소폭 하회해 A등급(1조2000억원)을 받았다. 조정시공능력평가액(기술능력평가액+신인도평가액)과 사업포트폴리오에서도 A등급을 받았고 공사물량에서는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BBB등급을 받았다.
반면 제조업 신용평가방법론은 △산업매력도(가중치 5%) △사업 포트폴리오(10%) △시장 지배력(10%) △기업 규모(15%) △영업효율성(10%) 등을 사업항목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한화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기업규모에서 AA등급, 산업 매력도와 시장 지배력, 영업효율성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6.1. 토목+인프라 통합펼쳐보기 접기
한화건설은 한화로 흡수되기 직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토목환경사업본부와 인프라개발실을 합쳐 인프라사업부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프라개발실은 과거 토목환경사업본부에서 분리됐던 조직이다. 토목부문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으며 의사결정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업무성격상 인프라개발실은 여전히 토목과 가까웠다. 풍력사업실의 육상·해상 풍력발전과 같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사업 영역을 확보하기엔 경계가 모호했다.
수치로 봐도 별도 운영의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토목부문 매출은 2020년 4461억원에서 2021년 3526억원으로 21.0% 감소했다. ㈜한화에 흡수합병되기 직전이었던 2022년 상반기에도 164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714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회사 낸무에서도 토목과 인프라를 합쳐 사회기반시설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재편이 결정됐다. 수처리와 자원순환 업무도 인프라사업부에 맡겼다.
6.2. 개발사업본부 신설펼쳐보기 접기
한화 건설부문은 2022년 11월 개발사업본부를 필두로 휘하에 네 개 사업부를 두는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개발사업본부가 건축사업부와 인프라사업부, 플랜트사업부, 풍력사업부 등 네 개 사업부를 거느리는 구조다.
한화건설 시절 개발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 토목환경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와 풍력사업실, 인프라개발사업실, 해외사업실 등 '4사업본부·3실'로 사업조직을 구성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개편은 개발 전 생애주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한화 건설부문은 디벨로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으며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나 내년 착공이 목표인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기초단계부터 시공·준공·정산 등 전 생애주기를 책임져야 하는 민간복합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개발과 사업부문을 분리해서 운영하면 경쟁력 유지에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 전 과정을 총괄할 조직이 필요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