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흡수합병을 통해 ㈜한화 건설부문으로 자리잡으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한화 CFO와 한화건설의 감사를 겸직했던 김민수 부사장 대신에 김우석 한화컨버전스 대표(부사장)가 신임 CFO를 맡았다. 전임 김 부사장은 비상근 고문으로 물러났다.
김 부사장의 최대 미션은 한화건설 흡수로 '우량'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진 ㈜한화 재무건전성의 회복이다. 일시적으로 자본잉여금이 급감해 당분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신용평가 업계의 시선이다.
특히 최근 건설업계 전반이 유동성 경색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 부사장이 과연 대규모 사업과 이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을 끈다. ㈜한화 건설부문은 내년에만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신안 우이 해상풍력 발전단지' 등 조단위 사업의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부사장은 건설업 경력이 전무하다.
◇그룹·계열사서 쌓은 재무 역량, 대표이사 이력 '눈길'1968년생인 김 부사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해 한양화학(현 한화솔루션) 경리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룹 경영기획실 산하 재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경영기획실은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된 이후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맡았던 핵심 조직이다.
김 부사장은 핵심 조직 소속으로서 굵직굵직한 사안에 참여했다. ㈜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주식을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게 저가에 매도했다는 이유로 송사에 휘말린 게 대표적이다. 결과론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후부터는 오너가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한화S&C는 ㈜한화 정보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초창기에는 ㈜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각각 66.7%. 33.3%씩 지분을 보유한 형태였다. 이후 한화그룹은 경영승계 차원에서 한화S&C를 오너가3세들의 개인회사격으로 재편한다.
먼저 ㈜한화가 김 부회장에게 한화S&C 주식 40만주를 20억4000만원에 넘겼다. 김 회장은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전무에게 한화S&C 지분을 각각 16.5%씩 양도했다. 이후 한화S&C는 수 차례의 증자 끝에 장남이 50%, 차남과 삼남이 각각 25%씩 지분을 보유한 형태로 꾸려졌다.
한화S&C는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과 한화S&C(신설법인)로 물적분할이 이뤄졌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를 흡수합병해 지금의 한화에너지가 됐다. 오너가3세의 개인회사에서 시작해 자산규모 10조원이 넘는 핵심 계열사로까지 성장한 셈이다.
김 부사장은 경영승계 과정에 일조한 이후 그룹 미주본부 부장을 거쳐 2015년 한화갤러리아에서 경영진단담당(상무보)으로 근무했다.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계속된 자본적 지출로 순차입금의존도가 30%에 육박한 상태였다. 재무 건정성을 챙길 소방수로 김 부사장을 낙점했던 셈이다.
한화갤러리아 이후에는 한화테크윈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도 경영지원실장으로서 재무파트를 맡았다. 한화컨버전스(옛 에스아이티)로 이동해서는 직전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한화 CFO를 맡은 건 지난달부터다.
김 부사장은 그룹과 계열사를 거치면서 꾸준히 재무 경력을 쌓았다.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전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여기에 오너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룹의 지주사격이자 글로벌과 모멘텀, 건설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지닌 ㈜한화의 CFO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건설 이력에도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 김 부사장은 그간 쌓은 역량을 토대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 ㈜한화의 재무 정상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한화는 한화건설 흡수합병 이후 부채비율이 139.3%에서 364.6%로 뛰었다. 자본잉여금이 기존 6025억원에서 마이너스(-) 4062억원까지 급감한 게 원인이 됐다.
일시적인 요인일 수 있겠으나 부채비율의 정상화가 지연된다면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화는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Corporate(제조) 신용평가방법론'을 통해 신용등급을 산정한다. 7가지 사업항목과 6가지 재무항목을 가중평균해 등급이 부여되는 방식이다.
재무항목 중 한 축을 맡고 있는 게 부채비율이다. 현재의 ㈜한화처럼 부채비율이 300%를 웃돌 경우 최하인 'B등급'이 책정된다. 이전에는 150%를 밑돌아 'A등급'을 유지해 왔다. 비록 가중치가 5%에 불과하지만 다른 재무항목도 'A~BBB등급'에 머물러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한화 건설부문이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 거듭나는데 있어 재무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도 있다.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는 한화건설 시절 주력하던 대규모 개발사업의 범주를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수처리시설과 같은 친환경부문까지 확대한 게 골자이다.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업의 시행부터 시공, 준공 후 운영까지 전 생애주기를 책임져야 한다. 조달과정도 생애주기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
CFO가 단순히 재무역량만 지닌 것이 아니라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수반되야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김 부사장이 재무 전문가이지만 건설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란 점이다. 그가 수조원대 사업의 자금조달 방안을 얼마나 리스크 없이 풀어갈 수 있을 것인지가 아직 불투명해 보이는 이유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약 2조원)과 '대전역세권 개발(약 1조원)', '수서역세권 개발(약 1조2000억원)', '잠실 스포츠 마이스 복합개발(약 2조1600억원)' 등 규모면에서도 만만치 않다. '그린'에 초점이 맞춰진 400MW급 신안 우이 해상풍력 발전단지도 사업비 규모만 2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한 조달 과정이 요구된다.
문제는 업황이 부진하다는데 있다. 브릿지론(Bridge loan)이 본PF로 전환되는 케이스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전국 건축 인허가 면적이 13.5% 상승한 반면 착공 면적은 12.1% 감소한 게 이를 방증한다. 브릿지론 단계에서부터 차환에 실패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한화의 신용등급이 'A+(안정적)'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캐피탈 마켓을 활용하기도 여의치 않다. 최근 SK텔레콤이 올해 마지막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9350억원 규모의 주문이 확보했지만 신용등급 'AAA'의 우량채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현재도 'AA+'정도에서만 수요가 있다. 김 부사장이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려 부진한 업황을 헤쳐 나갈 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