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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부담 롯데건설, 사모 찍어 공모채 갚는다

2년 만기 사모채 950억 발행...계열사 신용등급 줄강등에 공모 부담

안정문 기자  2023-07-05 15:17:18
롯데건설이 950억원의 회사채를 사모방식으로 조달했다. 자체 신용등급이 위태로운 점, 이런 가운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 신용도가 최근 줄줄이 떨어지면서 공모 조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6월29일 표면이율 6.7%, 발행금액 950억원의 2년물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6월29일 기준 신용등급 A+ 사모 회사채 2년물의 민평금리가 5.229%라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건설은 민평금리에 147bp의 가산금리를 얹어 발행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모채는 차환에 활용된다"며 "그 밖에도 시장상황 대비를 위한 내부자금 등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7월 500억원, 9월 610억원의 공모채 상환 만기가 돌아온다.

롯데건설은 지난해부터 회사채를 발행할 때 사모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민평금리 상 사모채는 공모채보다 0.3%포인트 정도 금리가 높다. 그럼에도 기업이 사모채를 발행하는 데는 공모시장에서 미매각을 경험했거나 재무, 그룹 관련 리스크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재무안정성 악화, 신용등급 하향 검토 요인 건드려

롯데건설이 사모채를 발행한 데는 신평사의 평가 상 'A+, 부정적'인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 이 때문에 공모 발행 시 수요확보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 3사의 롯데건설 신용등급 하향 검토 지표 관련 표. 붉은 칸은 트리거가 발동된 지표들.
나이스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건설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요인으로 이자비용 및 세금 전 이익(EBIT)/매출액 4% 미만 또는 EBIT/금융비용 4.5배 미만이 이어지는 것을 들었다. 나신평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3월 말 기준 EBIT/매출액은 3.2%, EBIT/금융비용은 0.8배다. 둘 중 하나만 충족되더라고 등급 하향 검토 지표가 모두 기준을 넘어서게 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 180% 초과, 영업이익률 4% 미만 및 순이익률 1% 미만 지속 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상 3분기 말 기준 롯데건설은 부채비율 227.5%, 영업이익률 3.1%, 순이익률 1.5%로 하락검토 요인 세가지 가운데 두개를 만족한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건설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으로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3.5 이상, 부채비율 150% 이상을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023년 3월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에서 하향 트리거를 건드린 상태다. 순차입금/EBITDA는 2022년 말 1.5에서 1분기 말 2.8로 가파르게 치솟아 하락검토 조건인 3.5에 다가섰다.

게다가 건설사의 공모채는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계속 수요예측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 계열사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에 따라 AA+ 신용등급으로 2500억원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16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받았다.

신용등급 'A, 부정적'의 한국토지신탁은 5월 500억원 공모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260억원의 주문만 확보했다. 'A-, 안정적'의 KCC건설은 4월 진행한 900억원의 공모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130억원만 주문을 받았다. 'A, 안정적' 신세계건설은 3월 진행한 8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100억원의 주문만 받는 데 그쳤다.

◇그룹 계열사 신용등급 줄줄이 하락, 롯데건설 불안감 커져

그룹 신용도를 받쳐줘야 할 핵심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는 점도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관련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6월 신평사 3사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은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신용도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실적을 좌우하는 곳으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유일한 계열사다. 신평사 3사는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신용등급도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여기에 더해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의 신용등급도 'A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추가로 롯데물산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롯데오토리스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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