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물류사업을 정비하면서 배송 전담 계열사인 쿠팡로지스틱스에 자본을 확충해 줬다. 쿠팡이 영위하던 선행물류 사업(밀크런 사업)을 이관하고, 쿠팡친구(옛 쿠팡맨)를 옮기는 사업 양수도 거래와 연동한 출자였다. 쿠팡로지스틱스는 사업 영역을 '직접물류'에서 '3자물류'로 넓히면서 재무 구조도 개선했다.
쿠팡로지스틱스는 올해 부분 자본잠식을 해소했다. 지난 3월 쿠팡이 2700억원을 출자해준 덕분이다. 지난해 쿠팡로지스틱스의 자본총계는 92억원에서 34억원으로 줄었다. 그해 말 자본총계(34억원)가 출자금(66억원)에 못 미치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쿠팡로지스틱스는 쿠팡의 배송 전문 계열사다. 쿠팡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5월 쿠팡이 24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곳이다. 그해 11월 대구광역시에 첫 배송기지를 개소하고 택배운송업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송기사 쿠팡친구를 기반으로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쿠팡로지스틱스는 2020년까지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 화물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했지만, 1년 만에 자진 반납했다. 내부 물량(로켓배송)이 늘어나 외부 물량을 처리할 여력이 없어지자 자격을 포기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쿠팡로지스틱스는 재차 3자물류 시장 진출을 노렸다. 2021년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사업을 할 수 있는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다시 획득했다. 3자물류 사업은 물류 관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전문 업체에게 위탁하는 것을 지칭한다.
쿠팡로지스틱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해 매출 전액(1155억원)이 쿠팡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매출(7685억원) 95%(7300억원)를 쿠팡에서 벌어들였다. 주로 모회사(쿠팡)의 물류를 담당하는 2자물류 사업에 주력했다.
지난해 쿠팡이 물류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쿠팡로지스틱스의 재무 구조도 바뀌었다. 쿠팡은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아마존은 2006년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3자물류 서비스 'FBA(Fullfillment by Amazon)'를 론칭해 핵심 수익원으로 키웠다. 쿠팡도 직매입한 상품인 로켓배송 제품 외에도 일반 판매자들이 쿠팡의 물류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물류사업 확장을 모색했다.
먼저 쿠팡이 지난해 6월 밀크런 사업 부문을 쿠팡로지스틱스에 양도(591억원)했다. 쿠팡이 쿠팡로지스틱스에 500억원을 출자해 사업 양수대금을 쥐여줬다. 밀크런 사업은 쿠팡 로켓배송에 납품하는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집하해 풀필먼트 센터(FC)까지 운송하는 선행물류 서비스다.
쿠팡로지스틱스는 밀크런 사업 양수도 거래 이후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했다. 동일 지배 아래 거래라 사업 양수대가(591억원)와 재무제표상 장부금액(8억원)의 차액(583억원)을 기타자본 항목에서 감액했기 때문이다. 그해 유상증자(500억원)를 실시하고, 당기순이익(12억원)을 올리고도 자본총계가 34억원으로 떨어졌다.
쿠팡은 올해 추가로 쿠팡친구 등을 쿠팡로지스틱스로 이동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지난 4월 정보기술(IT) 자산, 차량, 임대차 계약 관련 보증금 반환 채권, 전적 근로자 관련 부채·권리 등을 1469억원에 쿠팡로지스틱스로 넘겼다.
이번에도 쿠팡이 사업 양수대금을 만들어 줬다. 쿠팡은 지난 3월 쿠팡로지스틱스로 2700억원을 출자했다. 누적 출차좌수는 672만200좌(주당 액면금액 5000원, 총 출자액 3324억원)다. 유상증자 이후 쿠팡로지스틱스의 출자금은 66억원에서 27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자 효과를 감안한 자본총계는 2734억원이다. 배송 조직과 관련된 자산·부채 양수도 거래(1469억원)를 감안해도 자본총계가 출자금보다 크다.
사업 재편 이후 쿠팡로지스틱스는 로켓배송 외에 신사업을 추진한다. 쿠팡은 지난 3월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와 함께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만 로켓배송이 가능했지만, 일반 오픈마켓 판매자들도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면 상품을 당일 또는 익일 배송할 수 있다. 일반 오픈마켓 상품은 일반 배송으로 보내면 배송 기간이 2일 이상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