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등 산업장비 제조기업 SFA의 2대주주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섰다. 디스플레이 분야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주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자, 업계와 투자자들은 SFA 사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 중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SFA는 이번 지분 매각 이후로도 협력과 파트너십은 이어질 것이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완전히 매각할 경우, 디스플레이 주요 고객사를 SFA 주요 주주로 두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사라지지만 사업 상 영향은 적을 전망이다. 과거 디스플레이 수주 비중이 70%에 달했던 시기와 달리 SFA는 지속적인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비디스플레이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왔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SFA 지분 500억원 규모 매각
삼성디스플레이는 2대주주로 자리하고 있었던 SFA의 보유지분 중 일부인 4.3%를 최근 시간외매매방식으로 대량 매도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10.15%였던 삼성디스플레이의 SFA 지분은 5.85%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남은 잔여 지분도 순차적으로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매도된 4.3% 지분 가치는 약 500억원 규모인 점을 생각하면, 남은 잔여 주식 매각 시 삼성디스플레이엔 최종적으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납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 6조원을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의 규모를 생각하면 많지는 않은 금액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모기업 삼성전자에서부터 전해 내려와 장기간 보유했던 SFA 지분을 매각하자 업계에선 많은 추측이 난무 중이다. 가장 주된 의견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접으면서 SFA 보유 주식을 정리했다는 주장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집중하면서 LCD 장비 구매 요인이 사라져 SFA 보유 지분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분과 관계 없이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공급망과 R&D 강화를 목적으로 SFA에 지분을 투자해 협력관계를 이어왔으나, 최근 양사 사업환경과 사업구조 변화로 지분 관계 없이 기존 같은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분 매각 후에도 기존과 같은 거래 관계를 유지하며 파트너십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8.6세대 IT용 OLED 생산공정 고도화를 위해 2026년까지 4조원 이상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의 수혜도 예상됐던 바 있다.
◇SFA “사업상 영향 적어, 비디스플레이 수주 비중 80% 이상”
SFA의 주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 매각 여파를 입은 듯 전일 대비 3750원 내외 하락한 3만500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최중요 고객사 중 하나인 삼성디스플레이가 SFA 2대주주로 자리했던 상징적인 의미가 사라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장 상황을 의식한 듯 SFA도 주주와 투자자 안정을 위해, 산하 영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FA는 장비 포트폴리오 변화로 더 이상 디스플레이 장비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가지지 않은데다, 해외수주 비중을 늘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향 수주와 매출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FA는 지난해 전체 수주에서 비디스플레이 비중이 87%에 달한다. 디스플레이 수주 비중이 70%에 육박한 과거와 포트폴리오 구조가 크게 달라졌다. 올해 노스볼트 등 국내외 다양한 배터리 고객사를 보유한 2차전지 전극공정 장비기업 씨아이에스(CIS)를 인수하는 등 여전히 비디스플레이 분야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SFA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사업활동 반경을 해외로 적극 확대해 국내 경제 상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축소하고 큰 시장 규모를 지닌 해외로 사업을 확대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SFA 수주의 3분의 2는 해외 고객사로, 지난해 별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향 수주 비중은 2%, 매출 비중은 5%”라고 설명했다.
SFA는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낮은 사업 영향 가능성과 별개로, 최근 시장에 발생한 주가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정책 유지 등 주주친화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주가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경우 추가 자사주펀드를 구성해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