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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조 유증' SK이노, 빚 상환보다 '투자·재무개선' 방점

부천 캠퍼스 투자, 그린 비즈니스 전환 가속…자본확충 효과 '기대'

박기수 기자  2023-06-28 16:55:18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래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이다. 배터리 투자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었던 현 재무구조의 열을 식히고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된다.

◇유증으로 조달한 금액 중 70%가 미래 투자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총 규모는 1조7777억원이다. 이중 70%인 8277억원이 그린(친환경) 비즈니스 투자(4092억원)와 연구·개발 강화(4185억원)에 쓰인다.

그린 비즈니스 투자는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술 확보와 사업 개발, 탄소 포집·저장 관련 기술 확보와 사업 개발이 골자다. 연구·개발(R&D)로 쓰이는 4185억원의 경우 부천 대장지구 그린캠퍼스 조성에 쓰인다. 올해 4월 SK이노베이션은 경기도 부천대장공공주택지구 내 도시첨단산업지 13만여m²에 친환경에너지 R&D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는 비슷한 시기 57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CJ CGV와는 성격이 다르다. CJ CGV의 유상증자 대금은 대부분 '빚 상환'에 쓰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는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 중 약 67% 수준인 380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나머지 1900억원도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물론 SK이노베이션도 조달 금액 중 약 30%인 350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쓸 예정이나 자금조달의 가장 큰 목적이 현재의 빚 상환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점이 CJ CGV 케이스와는 결이 다르다.


◇자본 확충 시 재무부담 경감

물론 금융권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 부채 증액을 통한 조달도 가능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재무구조 건전성도 함께 고려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47조4093억원으로 작년 말(43조9766억원)보다 7.8%, 2021년 말(29조9242억원)보다 58.4% 늘었다. 그린 비즈니스로의 전환 과정에서 SK온 등 자회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탓이다.

연결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93.4%까지 늘었다. 동시에 차입금의존도도 2021년 말 35.2%, 작년 말 40.4%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41%까지 상승했다.


전환우선주 등 메자닌 발행도 자금 조달의 카드 중 하나지만 올해부터 강화된 규제를 의식해 결국 유상증자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한 콜옵션·리픽싱 규제를 적용했다. 최대주주의 콜옵션 행사한도를 발행 당시 지분율 이내로 제한하고 제3자의 콜옵션 행사나 발행사가 제3자에게 전환우선주를 매도할 때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또 전환우선주를 사모 발행한 발행사의 주가가 상승하면 의무적으로 전환가액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유상증자로 2조원에 육박하는 자본이 확충되고 차입 상환 등이 이뤄지면 최근 증가했던 재무부담이 한층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유상증자 이후 '주주 달래기'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놨다. 올해 3월 말 SK이노베이션은 시가총액 10%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공개 매수하고 매도자에게 현금 대신 SK온의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매도자는 SK온의 상장 시 상장 차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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