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증착기상장비 전문 제조사 '테스'가 외형 부진에도 배당 곳간을 풀기로 했다. 연 3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려왔던 테스는 올해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 달래기 차원에서 배당 기조를 유지한 점이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테스는 올해 말을 배당기준일로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한다. 시가배당율은 2.5%, 총 88억원 규모다. 테스는 2020년 주당 450원(배당율 1.52%), 2021년 주당 560원(배당율 1.88%), 지난해 주당 500원(배당율 3.18%) 등 비교적 후한 수준의 주주 배당을 이어온 기업이다. 올해 역시 주당 500원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올해 배당 결정이 유독 주목 받는 이유는 테스의 실적 및 주가상황 때문이다. 테스는 최근 3개년 평균 14% 수준의 양호한 영업이익율을 달성할 만큼 호실적을 시현했다. 2020년 매출액 2460억원, 영업이익 317억원에 이어 2021년 매출액 3752억원, 영업이익 622억원, 지난해 매출액 3580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3개년도 평균 500억원 가량 기록했다.
반도체 업사이클 국면이 이어지면서 주력 제품의 입고가 늘어난 까닭이다. 테스는 국내 대표적인 증착·식각 장비 제조사다. 반도체 전공정의 핵심 프로세스인 증착(deposition) 과정에서 박막을 형성하기 위한 플라즈마 PECVD(Plasma Enhanced Chemical Vapor Deposition) 장비와 웨이퍼를 깎아 칩을 만드는 공정인 식각(Etch) 제조 부문에서 오랜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봉지 공정 주요장비인 박막봉지장비(Thin Film Encapsulation system)와 UVC LED 용 웨이퍼 제작 공정 장비인 MOCVD(Metal Organic ChemicalVapor Deposition) 등을 생산·공급한다.
국내 양대 파운드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증착·식각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7대 3 수준이다. 다만, 2021년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중국 우한 팹(fab)을 중심으로 대규모 라인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테스의 증착, 식각 장비의 발주가 이어졌다. 시장에선 양사의 매출비중이 엇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내다봤다.
올해 초부터 주요 매출처 중 하나였던 SK하이닉스가 D램 감산 등을 이유로 설비 투자를 사실상 홀딩했고, 삼성전자 역시 감산기조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와 비등한 수준까지 매출 비중이 올라왔던 SK하이닉스 향 물량이 일거에 빠진 탓에 올해 3분기 말 테스는 매출액 1209억원, 영업이익 1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매출액 2826억원, 영업이익 474억원) 대비 절반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고객사들이 D램과 낸드 라인에 설비 투자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4분기 역시 반등이 요원한 상황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테스는 4분기 매출액 약 290억원, 영업손실 50억원을 기록, 올해 사업연도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낸드 라인의 재고 이슈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장기 주가 흐름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테스는 지난 2020년 4월 3만3770원을 기록하면서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 올해 초 1만5200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현재 2만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약 1조원 수준에서 4000억원 수준으로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테스는 현금배당 기조를 유지해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그간 비축해 둔 곳간이 두터워 재무상태는 매우 우량하다는 점이다. 테스는 올 3분기 말 부채비율 6.42%, 당좌비율 575.22%을 기록했다.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은 454억원 수준이고,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은 2836억원 수준이다. 당장 88억원을 풀어도 재무적 타격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주가 침체 국면이라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대주주 일가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대주주인 주숭일 대표는 이번 배당으로 약 20억원을 수령하고, 배우자 백은영 씨는 1300만원, 아들은 1500만원 가량을 수령한다.
일부 주주는 "올해 회사의 실적이 매우 악화된 상황인데, 당장의 주주배당도 좋지만 HBM 등 신제품에 대응하는 미래 투자에 비전을 보여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