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과거 오랫동안 기업의 CFO 산하 조직은 주로 재무영역에 국한돼 있었다. 대형사일수록 재무·조달·기획본부간 업역구분이 철저하게 이뤄졌다. CFO에 자금관리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례화된 트렌드만 따르지 않는 움직임도 더러 엿보인다. 중견사의 경우 CFO에 관리총괄 중책을 부여하고 재무와 조달, 기획 등 전반적인 현안 해결을 주문하는 사례도 속속 보인다. THE CFO가 주요 기업 재무조직의 위상과 권한이 최근 들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삼성물산은 전사 총괄 CFO 외에 건설부문 예하에 건설 전담 CFO 조직인 경영지원실을 구축하고 있다. 강병일 사장이 부사장 시절 경영지원실을 이끌었을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슬림화된 측면이 있다. 일부 분서를 분리하면서도 신사업 기지를 내부에 꾸려 재무라인 역량을 높였다.
삼성물산은 송규종 경영기획실장(부사장)이 전사 총괄 CFO를 맡는 동시에 각 부문별로도 별도 CFO 조직을 두고 있다. 건설부문의 CFO 조직은 경영지원실로 최영재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최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삼성중공업 원가관리그룹장 출신이다. 삼성물산에선 EPC경쟁력강화TF와 경영지원실 산하 관리팀장 역할을 맡았다. 이전까지 경영지원실을 맡았던 강병일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후임 자리에 최 부사장이 올랐다. 조달실, 사업지원실, 사업개발실과 같은 다른 실장급 인사 역시 모두 부사장 직급이 부여됐다.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은 강병일 사장이 이끌던 때와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다. 관리팀, 재경팀, 기획팀, RM(리스크 매니지먼트)팀을 핵심으로 두면서 3개 팀을 분리했다.
올해에는 인사팀(이경수 부사장) 역할이 커지면서 경영지원실에서 떼어냈다. 노사 및 조직문화에 대한 자체 기획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이전까지 경영지원실 관리팀 산하에 있던 I-PJT지원그룹은 이번에 I-PJT사업팀으로 건축주택사업부에 새롭게 편재됐다.
I-PJT 사업팀은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을 관리하는 부서였다. 2010년에 시공을 맡았다가 시행사의 채무 불이행으로 삼성물산이 사업장 일부를 떠안았다. 삼성물산이 일부 지분투자한 프로젝트라 경영지원실에서 관리하다가 최근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서자 부서를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경영지원실 산하에 있던 상생협력팀도 이번에 국내 사업지원실로 이름을 바꿔 독립했다. 지형근 부사장이 이전과 같이 수장 역할을 맡았다. 경영지원실 관리팀 산하 강릉사업지원그룹은 강릉사업지원팀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강릉사업지원팀은 강릉안인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팀이다. 삼성물산의 마지막 국내 화력발전 프로젝트로 일부 지분투자가 되어 있어 경영지원실 산하에서 관리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국남동발전과 2610억원의 출자약정을 맺고 강릉에코파워를 세워 개발을 실시했다. 대규모 미청구공사 물량을 비용으로 일시 반영할 정도로 이슈가 됐던 사업장으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영지원실내 부사장급 인력이 대거 빠지면서 최영재 부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상무급 이하로 구성됐다. 인사팀(이경수 부사장)과 상생협력팀(지형근 부사장) 등이 독립한 데다가 기획팀장이 상무급에서 부장급으로 바뀐 점이 작용했다. 재경팀도 부사장급이 아닌 상무급 인사로 배치했다.
전반적으로 CFO 조직을 슬림화하면서도 신사업 중책을 부여해 입지를 다졌다. 그동안 사업부 단위로 신사업을 모색했다면 조직개편을 통해 재무라인이 중장기 먹거리를 직접 챙기는 형태로 바뀌었다. 경영지원실 산하에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최영재 부사장이 겸직하도록 했다. 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신사업 성과창출과 기존 사업 고도화를 이끄는 역할이 부여됐다.
건설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사업부 조직 대비 재무라인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많았다.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서를 정리하면서 재무와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팀단위 조직이 커져서 분리한 경우도 있고 자체 기획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독립시킨 경우도 있다"며 "지분투자했던 개발사업이 가시화되면서 관리팀 산하 프로젝트팀은 건축주택사업부로 편재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