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올 하반기 후순위채 발행 채비에 나섰다. 지난 1월 공모채에 이어 올들어 두 번째 공모 형태 조달이지만 후순위채는 송종원 경영기획본부장(상무) 부임 이후 처음이다. 이를 통해 차입구조 장기화와 재무건전성 제고 효과를 동시에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순자본비율(NCR)이 불과 1년만에 400%대에서 200%대로 떨어진 만큼 송 상무의 어깨는 무겁다. 여기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일회성 비용과 우발채무 증가로 NCR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 하반기 NCR 제도 개편을 앞두고 적정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동안 후순위채로 자본확충, 불안한 시장환경 변수 13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하반기 후순위 채권 발행 채비에 들어갔다. 남은 기간 주관사 선정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조달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 유력한 가운데 이 경우 NCR은 지난 1분기 271.5%에서 300% 중반대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10년간 자본확충 주요 수단으로 후순위채를 활용해왔다. 세 차례에 걸쳐 발행했다. 2013년 10월 만기구조 6년물로 구성해 발행금리 4.97%에 10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NCR이 414.9%로 400%선이 위협받자 후순위채를 통해 47%포인트 끌어올려 461.0%까지 개선시켰다.
2018년 9월에도 6년물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은 2020년 2월이다. 당시 만기구조를 7년물로 정하고 이자율은 5년 만기 국고금리와 7년 만기 'A+' 등급 민평금리 추이를 토대로 산정했다. 조달한 1050억원은 모두 기업어음(CP) 상환에 사용했다.
후순위채는 일반 회사채에 비해 상환 순위가 한 단계 낮다. 대신 일반 회사채와 달리 재무상태표 상에서 자본으로 분류된다. 만기가 5년 이상일 경우 100%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5년 미만일 경우 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매년 20%씩 줄어든다. 2018년 발행한 후순위채가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40%만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후순위채 발행은 손 상무가 CFO인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하반기 증권사 후순위채에 대한 투심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가 인하되면 고금리의 후순위채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증권업이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어 초대형사가 아닐 경우 투자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증권에서 미매각을 면하기 위해 직접 세일즈에 나서겠지만 하반기 은행 코코본드 발행도 예정돼 있는 만큼 쉽지 않은 환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NCR 400%대 하회…"자본확충위한 다양한 방안 검토중" 대신증권의 NCR은 2021년 4분기(439.7%) 이후 다섯 분기째 줄어들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271.5%까지 떨어졌다. 영업용순자본은 8843억원인데 반해 총위험액이 5199억원으로 잉여자본이 3644억원에 그친 결과다.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데에는 2021년부터 증가한 우발채무가 있다. 한국기업평가 집계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우발채무는 1조6349억원이다. 자기자본 대비 79.8%로 양적부담이 크다. 무등급PF와 해외자산 위주로 기초자산을 구성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대신증권은 높은 현금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 연결 기준 2021년은 15%로 크게 낮아졌지만 지난해 다시 61%를 나타냈다. 이외에도 자사주 매입, 자회사 출자부담 등으로 자본축적이 정체돼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NCR 제도 개편에 들어가면서 자본확충이 시급해졌다.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에 실질적인 위험감내능력과 사업단계, 변제순위 등 실질적인 리스크를 반영하는 방향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 경우 NCR의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어룡 회장은 지난해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근 몇 년간 호실적에 다른 이익유보금으로 자본을 확충해 왔지만 실적 악화로 이마저도 힘들어지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유상증자도 여의치 않지만 대신증권은 자본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입장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체투자를 확대하면서 NCR이 하락했고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아직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고 대체투자를 줄이거나 수익성 자산 매각 등의 방안으로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