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왓챠 인수를 포기하면서 두나무의 채권 회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두나무는 2021년 하반기 발행된 왓챠의 전환사채(CB)에 투자했는데 이곳의 재무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회수불능 리스크가 커졌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리스크가 더 커지는 상태다. LG유플러스가 왓챠의 대주주에 오를 경우 상환요청에 나서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지만 M&A가 무산되면서 이마저 꼬였다.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는 데다 만기가 내년 10~11월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CPT 상장으로 맺은 인연, CB 투자로 이어졌나
왓챠는 2021년 10~11월 490억원 규모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두나무와 밴처캐피탈(VC) 인라이트벤처스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두나무의 투자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백억원 단위로 알려졌다. 올 3월 말 두나무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가운데 채권은 3259억원, 그 중에서 왓챠 CB가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왓챠가 발행한 CB는 주당 발행가액 2만2379원, 보통주 218만9553주로 전환될 수 있는 양이다. 전환기간은 2022년 10월 16일부터 2024년 11월 29일까지며 만기는 2024년 10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표면금리는 1%, 보장수익률은 5% 조건이다.
두나무가 왓챠 CB 인수에 참여한 게 단순한 투자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왓챠는 2019년 1월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 '콘텐츠프로토콜토큰(CPT)'을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상장했다. 당시 가상자산업계에선 빗썸이나 빗썸 덱스로 상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앞서 2018년 12월 두나무 고위층이 사전자기록등위작·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부정적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왓챠가 카카오와 끈끈한 관계였는데 지금은 정리됐지만 카카오와 두나무 간 지분 관계가 있었다"며 "그게 업비트 상장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CPT는 2020년 초 청산 종료됐다. 콘텐츠 플랫폼으로부터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가로 소비자에게 CPT를 보상하고 해당 데이터를 가공·분석, 콘텐츠 제작자에게 판매하려는 시도였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왓챠 존속능력 의문, 두나무 회수방안 난항
왓챠는 한국판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토종 OTT로 주목 받아 VC들을 상대로 수차례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2020~2022년 3년 연속 자본잠식 등으로 재무상태가 어려워졌다. 작년부터 매각이 거론됐는데 최근까지 LG유플러스와 협상을 이어갔지만 M&A는 결국 무산됐다.
SK텔레콤의 계열 OTT 콘텐츠웨이브가 계속되는 출혈경쟁에 버거워 하고 KT는 시즌을 티빙과 합병시켜 사실상 CJ에 넘겼다. 여타 통신사들이 OTT를 외면하거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왓챠를 인수해서 얻을 시너지가 불분명했다. 오히려 재무개선을 위해 추가 투입해야 할 자금이 예측 안 될 정도로 불어날 위험이 도사린다.
시장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왓챠의 대주주에 오를 경우 CB 투자자들이 상환요청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터라 이 문제로 논의에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대로 얘기하면 두나무는 엑시트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사실상 무산된 격"이라고 설명했다.
두나무로선 아직 CB 만기가 내년 10~11월까지라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왓챠의 감사를 맡은 신한회계법인은 기업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기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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