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대표이사 전결로 처리할 수 있는 신용공여 규모를 대폭 키웠다. 이사회를 생략하고 대표이사 권한으로 집행할 수 있는 투자비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여서 의사결정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지게 됐다. 대표이사의 전결권의 허들이 경쟁사 대비 턱없이 높았지만 이제는 대등한 수준까지 오르게 된 상태란 점이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신용공여(대여·보증·담보)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기준은 자기자본의 5% 이상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이사회 결의 기준을 자기자본의 2.5%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비중만 놓고보면 대우건설이 더 높은 셈이다.
대우건설은 신규차입이나 신규투자(출자 포함) 건에서도 이사회 결의 기준을 완화했다. 모두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경우에만 이사회를 거치도록 했다. DL이앤씨와 같은 조건을 적용한 셈이다.
절대적인 금액으로 따지면 아직 대우건설이 경쟁사에 비해 밀리는 편이다. 대우건설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3조원 수준이다. 이사회 없이 대표이사가 위임해서 처리할 수 있는 최대 신용공여 금액은 자기자본의 5% 미만인 1500억원 수준이다. 자기자본이 6조5000억원인 현대건설은 2.5% 수준인 3000억원대로 더 높다. DL이앤씨는 자기자본 4조원으로 2.5%가 2000억원에 육박한다.
다만 사업 한건에 신용공여액을 전부 투입하는 것이 아닌만큼 경쟁여건은 사실상 대등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우건설이 이전까지 적용했던 기준은 500억원 수준이었다. 500억원을 넘어서는 대여금 집행은 모두 이사회를 거쳐야 해서 번거로울 수밖에 없었다. 의사결정 속도가 생명인 개발사업 확보에 발목을 잡아왔다. 빠른 집행을 하려면 대여금 규모를 줄여야 해서 경쟁에 불리해졌다.
다수의 개발사업을 섭렵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내부 고충을 반영해 이사회 재무결의 사항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의사결정 라인을 줄여준 셈이다.
개발업황이 아직 침체된 여건이긴 하지만 향후 경쟁이 본격화되면 대우건설의 입지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헤게모니가 금융권이나 디벨로퍼 위주에서 향후 대형 시공사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보폭이 빨라질 여지가 있다.
정 회장이 개발사업을 전면 지원하고 있는 점도 달라진 대목이다. 최근까지 회장 라인에서 확보되는 국내외 딜을 직접 소싱하면서 대우건설 실무진과 교류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KDB인베스트먼트 산하 시절 도시정비사업에 나설 때마다 '주인없는 회사'라는 비방에 시달려왔다. 소액의 대여금 집행에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해서 디벨로퍼 선호도가 떨어졌다. 내부 기준을 사업 확보에 최적화시켜놓고 있다는 점에서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지 주목된다.
시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여금 집행에 있어 의사결정이 경쟁사보다 느린 점이 개발사업 확보에 약점으로 작용했다"며 "이제는 오너십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 태세를 갖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