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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0조 차입에도 재무안정성 '이상 무'

종속회사로부터 차입, 연결재무제표로는 변동 없어

김혜란 기자  2023-05-18 16:09:19
삼성전자가 종속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하기로 한 20조원 중 절반을 올해 1분기 먼저 빌렸다. 이에 따라 10조원이 장기차입금으로 잡히면서 2001년 이후 순현금을 유지했던 별도재무제표는 단번에 순차입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종속회사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된 와중에도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섰는데 종속회사의 여력을 활용, 큰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삼성전자 특유의 재무전략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결로 순현금, 별도로는 순차입…차이 왜?

18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를 보면 1분기 중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10조원을 차입했으며, 자회사로부터 빌린 장기차입금을 포함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차입금은 14조원이다.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8조4000억원으로 순차입금이 5조원이 넘게 된다. 순현금에서 순차입으로의 전환은 2000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연결재무제표로 보면 삼성전자의 총 차입금은 약 10조원 수준이며 여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차입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종속회사(지분 85% 보유)라 내부적으로 돈이 오간 것이라 연결재무제표에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결회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08조원으로 여전히 순현금 상태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장기차입금의 만기는 2025년 8월 16일, 금리는 연 4.6%다. 삼성전자 측은 "총 차입 예정금액은 20조원이며 양사간 제반사정을 고려해 분할집행하되 차입금액은 만기에 일시상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연결로는 재무안정성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20조원의 자금을 단번에 마련한 셈이다.


◇현금흐름 악화에도 대규모 투자 집행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돈을 1분기 어디에 집행했는지는 현금흐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에는 9조7368억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 5조8836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의 취득을 보면 6조939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1조939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연결로 봐도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1분기 10조4531억원에서 올해 1분기 6조2918억원으로 크게 줄었음에도 유형자산 취득 금액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은 증가했다. 2022년 1분기 8조7068억원, 올해 1분기 13조2436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그만큼 시설투자를 늘렸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줄었지만 연간으로는 기존 40조~50조원 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돈을 빌리되 재무제표에 부담이 가지 않는 최선의 선택지를 고른 것으로 해석된다.

10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은 은행에서 한 번에 차입하거나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된다고 해도 이 경우 부채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삼성전자는 현금 곳간이 넉넉한 종속회사 덕에 자금을 융통하고 자회사는 보유 현금으로 이자 수익을 올리는 식으로 효율적인 재무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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