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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넥스트 오너십

갈길 먼 지분승계, 한상철 대표 '개인지분' 활용법

[제일약품]77세 고령 한승수 회장 지분 58%, 제일헬스·온코닉 지분가치 극대화 가능성

최은진 기자  2023-05-16 15:47:18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제일약품그룹의 승계에 있어 가장 큰 산은 '지분'이다. 77세 고령의 오너가 지배력 정점에 있는 지주사 지분을 거의 60%가량 쥐고 있다. 시가로 따지면 1200억원에 달한다. 이를 그대로 승계하려면 600억원 안팎의 세금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만한 현금을 쥘 기반이 없다. 직접 주식을 매입하기에도 여력이 만만치 않다. 결국 직간접적으로 제일약품그룹의 계열사 지원이 필요하다. 정황은 곳곳에 나타난다. 제일헬스케어, 온코닉테라퓨틱스 등 후계자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곳들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승수 회장 지분가치 1200억, 절반 이상 세금재원…마땅한 곳간 없어

제일약품그룹의 지배력 정점은 제일파마홀딩스다.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이 지분 57.8%를 쥔 최대주주이다. 후계자인 그의 장남 한상철 제일파마홀딩스 대표가 보유한 지분은 9.7%에 불과하다. 차남 한승우 제일약품 전무는 2.85%다.

둘이 합쳐도 12.55%에 그친다. 이밖에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73.16%다. 2대주주는 한국오츠카제약으로 지분 9.37%를 보유하고 있다.


1947년생, 77세 고령인 한 회장의 지분승계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지분승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내부 임원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한 회장의 지분승계를 위해선 수백억원의 승계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제일파마홀딩스의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한 회장의 지분가치는 1186억원이다. 경영권이 수반되는 상속 혹은 증여의 경우 할증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한 대표가 세금재원을 마련키 위한 창구는 몇 없다. 일단 5억원 이상 급여를 받았다고 공시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급여로는 쉽지 않다. 처분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제일약품 지분 가치를 따져봐도 17억원에 그친다. 주당 50원에 불과한 제일파마홀딩스 및 제일약품의 배당금으로 수취할 수 있는 연간 재원은 5억원 정도에 그친다. 큰 도움은 못된다.

2020년 한 회장이 장남과 차장에게 각각 증여한 40억원 상당의 부동산 정도가 그나마 돈 되는 자산이다. 이 외 한 대표나 한 전무 모두 큰 돈을 벌어들일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계열사로 포함된 비상장법인 두 곳의 활용가치 정도가 눈에 띈다.

◇오너 지분보유 회사 '제일약품'의 전폭적 지원…오너지분 축소 불가피

우선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주목할만 하다. 제일파마홀딩스가 지분 92.38%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7.62% 지분은 한 대표와 한 전무가 확보하고 있다. 한 대표 지분이 4.57%, 한 전무 지분이 3.05%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완제 의약품 유통사업을 담당한다. 제일약품이 연간 2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도 수십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직접적인 지분 연결고리는 없지만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기반이 되는 셈이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한국오츠카제약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제일파마홀딩스의 2대주주 지위다. 양사간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지위는 단순 적자 계열사이기만 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일약품 등 계열사의 도움을 받아 매출외형을 확장한 후 오너일가의 지분을 지주사에 매각하는 방안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이밖에 제일헬스사이언스는 화장품 기업인 제일에이치엔비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제일헬스사이언스가 지분 49.11%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오너가 지분으로 파악된다. 2019년 4월부터 휴업중인 상태이지만 추후 승계에 활용될 지 여부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제일약품의 종속기업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활용법도 관심사다. P-CAB 계열 OCN-101과 차세대 PARP 항암제 OCN-201 등 신약 연구개발(R&D)을 하는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이 지분 86.51%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너일가도 펀드 등을 통해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궁극적으로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도 오너일가가 현금확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이사회에 차남인 한 전무가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는데다 140억원의 R&D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것도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근거로 파악된다.

업계서는 이 같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제일약품그룹의 승계가 사실상 '요원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장수 전문경영인(CEO)인 성석제 대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지분승계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오너일가가 완전한 권한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또 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상당히 규모가 크기 때문에 후계자들 역시 세금재원 등으로 일정부분 희석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축소는 불가피한 셈이다.

제일약품그룹 관계자는 "지분승계에 대해선 아직 진행되는 건 없다"며 "오너 개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 역시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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