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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ESG 트래커

ESG 경영 화두로 반전 모색, 선언적 수준 벗어날까

[제일약품] 전 부문 최하 등급, 기부금 규모 매출 대비 미비...환경 분야부터 활동 시작

홍숙 기자  2023-03-27 07:55:19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남일이나 다름 없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수성이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크게는 빅파마로 가기 위해서, 작게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ESG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1959년 설립된 제일약품은 '케펜텍'으로 이름을 알린 제약사다. 고(故) 한원석 명예회장이 설립한 제일약품산업을 전신으로 1976년 제일약품으로 사명을 바꿨다. 한원석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한승수 회장이 1985년 대표직을 이어 받으며 제일약품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창업 이후 60여년간 계열사를 두지 않았던 제일약품은 2017년 제일파마홀딩스를 지주사로 세워 제일헬스사이언스(일반의약품 판매), 제일앤파트너스(유통판매), 온코테라퓨틱스(신약개발)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아직까지 ESG 전 분야에서 최하 점수를 받고 있는 제일약품은 올해 'ESG 경영'을 화두로 제시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모습이다.

◇KCGS 'D' 평가, 모든 분야 '낙제점'…오너3세 공정거래법 위반 발목

한국지배구조연구원(KCGS)에서 평가한 제일약품과 제일파마홀딩스의 ESG 등급은 D다. S부터 D등급까지 총 7개 단계 가운데 최하위 등급이다. ESG '취약군'으로 분류되는 등급이다. 세부적으로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모든 분야에서 D 등급을 나타냈다. 작년 ESG 종합등급 C 등급보다 한 단계 하락했다.

제일약품이 공식적으로 ESG를 화두로 꺼낸 것은 올해 1월이다. 환경 관련 사회공헌 활동을 산발적으로 알릴 뿐 전담조직이나 ESG를 위한 공식 행보를 발표한 적은 없었다. 종이컵제로캠페인, 친환경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 등 정도가 공식적인 환경 관련 사회공헌 활동이다. ESG 등급을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정보 공개하는 등의 활동은 그간 없었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문에서도 D 등급을 받고 있다. 제일약품은 환경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사업보고서에도 환경 관련 활동은 찾아볼 수 없다. 정보의 투명성이 환경평가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는 한 등급 상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부문에서는 몇가지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대원제약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회공헌활동은 최근 2년간 약 7건이다. 자사제품을 저소득층 등에 기부하거나 사내 캠페인 활동 정도에 그친다.


기부금은 작년 기준 135만원이다. 전년도 1220만원 대비 큰폭으로 줄었다. 특히 회사 매출은 매년 늘고 있는 반면 올해 기부금은 대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업의 평판 이미지를 좌우하는 분쟁이나 범법행위 등도 사회부문 평가에 반영된다. 제일약품은 제네릭 중심의 중소제약사들이 많이 겪는 의약품 불법리베이트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2021년에도 불법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자사 품목에 대한 품목 정지를 받은 이력이 있다.

지배구조 부문도 환경 및 사회부분과 같이 최하점인 D 등급을 받고 있다. 오너 3세이면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상철 제일약품 사장이 지주사 규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4인,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요구되는 과반 사외이사 전열은 갖추고 있다. 이사회 의장은 성석제 대표가 맡고 있으며 오너 3세인 한상철 사장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여기에 제일약품의 영업과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노치국 전무, 이창석 전무도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설치하고 있지 않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며 사외이사에게 감사권을 부여하며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띈다.

◇올해 ESG 키워드 공식적으로 제시, 아직 구심점은 없다는 점은 한계

아직 ESG에 대한 구심점은 없지만 올해부터 제일약품도 ESG를 화두로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다. 특히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 45001' 인증을 추진하면서 'ESG 경영'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올해 2월 제일파마홀딩스가 배포한 '제일약품, ESG 경영' 속도 낸다' 보도자료에 ESG라는 핵심어구로 등장한다. 서병구 제일파마홀딩스 경영기획실장은 "ESG는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경영 가치로 전 임직원이 인지하고 동참해야 실현 가능한 것"이라며 "ESG 경영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등을 통해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 및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언급이 발표된 것이다.


ESG 최하위 등급을 받고있는 제일약품이 ESG 경영을 화두로 꺼내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등급 개선을 위한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영기획실 등을 중심으로 ESG 등급 개선을 위한 아이템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까지 ESG를 챙길 구심점심 되는 TF팀 등 구심점은 없는 상황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ESG 관련 아직 초기 단계라 ESG 경영 관련해 필요한 법이나 제도 같은 것들 확인하고 전 계열사에 도입할 만한 아이템을 계속 모색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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