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가 2~3년 안에 미국 증시에 입성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IPO(기업공개)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과제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자회사였던 웹툰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를 웹툰사업 정점에 올리면서 IPO 가능성이 떠오른 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 대표가 이런 계획을 언급하면서 공식화했다.
다만 IPO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수익성 개선이 과제다. 국내의 네이버웹툰은 안정적 수익을 내는 반면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형을 키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IPO 시점을 넉넉히 잡은 것도 이들의 실적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김준구 “2~3년 내 미국 증시 상장 목표”김 대표가 25일 판교 테크원타워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2~3년 안에 미국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1년부터 공식 석상에서 미국 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는데 아직까지 이런 계획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강조한 셈이다.
다만 2~3년이라는 시간은 구체적 계획이라기보다 적기에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정확히 표현하면 ‘수년 내’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입성 의지를 내비친 것은 벌써 몇 년이나 됐다. 당초 국내 네이버웹툰의 미국 자회사였던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모회사로 뒤바꾸면서다.
지배구조 개편 결과 네이버의 웹툰사업은 미국의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네이버웹툰과 캐나다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각각 100% 자회사로 거느린 구조가 됐다. 일본의 라인디지털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 Corporation)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분 70%, 네이버웹툰이 지분 30%를 들고 있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나 다름없다.
안정적 수익을 내는 국내 네이버웹툰 등의 기업가치가 모회사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만큼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웹툰엔터 수년째 적자, 수익성 개선 과제김 대표가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을 놓고 서두르지 않는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이 미국 웹툰 시장에서 원앤온리 기업”이라고 강조할 만큼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상장까지 시간을 넉넉히 두고 있다.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와 일본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이후 외형은 가파르게 불어났지만 동시에 적자폭도 확대됐다. 영업수익은 2020년 91억원에서 2022년 말 1035억원을 기록했다. 2년 새 11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54억원에서 1089억원이 됐다. 해마다 순손실을 낸 탓에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최근 3년간 누적 순손실은 1853억원에 이르렀다.
현재 공시되는 것으로 본다면 웹툰엔터테인먼트 산하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벌어들이는 자회사는 국내 네이버웹툰인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웹툰은 2022년 별도기준으로 영업수익 5489억원, 순이익 686억원을 냈다. 2021년과 비교해 영업수익은 54%, 순이익은 17% 증가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웹툰부문에서 매출 1조663억원을 낸 점에 비춰봤을 때 네이버웹툰의 비중이 절대적인 셈이다.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수익성을 개선해 국내 사업 비중을 줄이는 것은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가파른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는 만큼 성장성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유상증자 내역을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5조원대를 넘어섰다. 직전해인 2021년 4월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1조1000억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1년 사이에 네 배 이상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