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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

KB '단짝' 삼천리, NH·한국·삼성·한화로 주관사 교체

KB 빠지고 미래에셋은 재선임, 사상 첫 대규모 주관사단…한화는 캡티브 물량 기대한듯

강철 기자  2023-04-24 16:37:18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사상 처음으로 삼천리 회사채 대표 주관을 따냈다. 그동안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선호하던 삼천리가 주관사단 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신규 주관사 4곳의 이번 수임은 의미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천리 딜로 DCM 재건을 위한 마중물을 부었다. 한화생명을 비롯해 수요예측 참여시킬 수 있는 캡티브(captive) 계열사가 풍부한 점을 앞세워 공격적인 딜 소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까지 KB가 사실상 독점

삼천리는 다음달 2·3년물 공모채를 발행해 최대 2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재무팀은 지난주 주관사단 실무진과 킥오프 미팅을 갖고 구체적인 발행 전략 수립을 시작했다. 회사채 가격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은 다음달 초 실시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을 선정했다. 5곳의 주관사단 외에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인수단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인수단 섭외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천리가 국내 공모채 시장을 찾기 시작한 2013년 9월 이래 단일 딜에 5곳의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관사단 풀을 본격 넓히기 시작한 2020년 이후에도 많아야 2~3곳의 하우스를 선정했지 5곳을 섭외한 적은 없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을 감안해 주관사 수를 대거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최고인 AA+ 신용등급을 보유한 삼천리가 이번에 처음으로 2년물 발행을 결정했다는 점에서도 업황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딜로 삼천리와 처음으로 대표 주관 인연을 맺었다. 그간 삼천리가 공모채를 찍을 때마다 인수단으로는 몇차례 참여했으나 발행 전략 수립과 세일즈를 총괄하는 대표 주관 업무를 맡은 전례는 없었다.

대표 주관은 오랜 기간 KB증권이 도맡았다. 국내 1위의 DCM 하우스인 KB증권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삼천리가 공모채로 자금을 조달할 때마다 매번 주관사로 참여해 발행 업무를 총괄했다. 지금까지 쌓은 누적 주관 실적만 약 7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도 2020년부터 삼천리 공모채 딜에 꾸준하게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에 인수단에서도 빠진 KB증권과 달리 다시금 대표 주관사 한 자리를 차지하며 삼천리와의 돈독한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시장 관계자는 "삼천리가 주관사단 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새로운 증권사를 기용해 DCM 네트워크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KB증권이 이번 딜에서 빠진 것은 변화된 삼천리의 선정 기조를 제대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 올해 두 번째 SB 수임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삼천리 딜로 올해 두 번째 일반 회사채(SB) 대표 주관 실적을 쌓았다. 첫 번째 딜은 2월 13일 1년물로 500억원을 조달한 HL D&I였다. 다만 HL D&I의 발행 규모와 만기를 감안할 때 실질적인 올해 첫 회사채 대표 주관은 삼천리로 봐도 무방하다.

한화투자증권 DCM 파트는 2021년까지 LG전자, 한라홀딩스, CJ ENM, CJ제일제당, 대한항공, 현대제철, 현대건설, 롯데건설, 아시아나항공 등 여러 일반 회사채 발행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대표 주관 실적을 쌓았다. 특히 국내 회사채 시장을 대표하는 빅 이슈어인 LG전자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으로 한화투자증권에 대표 주관을 맡겼다.

그러나 거듭되는 금리 상승으로 시장 변동성이 심해진 작년부터는 일반 회사채 딜을 전혀 수임하지 못했다. 미매각 리스크를 우려한 발행사가 트랙 레코드가 우수한 메이저 DCM 하우스를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구성한 것이 급격한 실적 저하를 유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같은 실적 공백을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주관으로 만회했다. 지난해 KB금융지주, KB손해보험, NH농협금융지주 등의 자본성증권 발행을 주관하며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KB증권, 삼성증권 등 동종기업의 공모채 발행도 총괄했다.

업계에선 한화투자증권이 이번 삼천리 딜 수임을 기반으로 일반 회사채 커버리지 강화에 다시금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천리처럼 주관사단 풀을 넓히려는 의지가 있는 발행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등 회사채 수요예측에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캡티브 계열사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이번에 삼천리 딜을 수임하는 과정에서도 캡티브 영업을 집중 부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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