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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2.0, 10년의 자취

창업자 이혼 리스크, 지배구조 흔드나

⑤이혼소송 5개월째, 변론준비기일 마쳐…지주사 지분 변화 전망

황선중 기자  2023-04-24 07:51:19

편집자주

2014년 스마일게이트는 비전 2.0을 선포했다. 게임을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현재 스마일게이트 이미지는 여전히 '엔터사'보다는 '게임사' 색채가 짙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향한 스마일게이트의 지난 10년을 되짚어본다.
스마일게이트그룹 지배구조 정점은 창업주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다. 권 CVO는 2002년 창업 이래 줄곧 스마일게이트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그룹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배우자와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권 CVO 보유지분에 변화가 생길 경우 스마일게이트그룹 지배구조 일부가 흔들릴 수 있다.

◇이혼소송…권혁빈 1인 지배구조 흔든다

스마일게이트그룹 지배구조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중심으로 짜여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100%)와 스마일게이트RPG(100%),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99.6%) 같은 핵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소유한 권 CVO다.

그동안 권 CVO의 지배력은 굳건했다. 외부 투자자들의 경영 참여를 꺼리는 성향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창업 초기부터 투자 유치에 소극적이었다. 통상 신생 게임사는 자체 개발한 게임이 시장에서 자리잡기 전까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외부 투자 유치에 목을 맨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스마일게이트그룹이 외부 투자를 유치한 것은 한번이었다. 2007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당시 스마일게이트)는 MVP창업투자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25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2011년 스마일게이트는 오히려 MVP창업투자를 인수해 자회사로 삼았다. MVP창업투자는 2014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 재탄생했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이 외부 투자에 다소 보수적인 이유는 과거 경험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CVO는 1999년 스마일게이트에 앞서 온라인 교육 솔루션업체 포씨소프트를 창업했는데 투자자들과의 갈등 끝에 경영권을 내려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일게이트그룹 주요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사인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배구조 핵심' 홀딩스 지분, 재산분할 대상으로

하지만 이번 이혼소송으로 인해 권 CVO의 1인 지배구조 체제는 흔들릴 공산이 커졌다. 배우자인 이 씨는 재산분할 차원에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절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혼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권 CVO가 홀딩스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 과정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한 뒤 함께 일군 공동재산이어야 한다. 권 CVO는 2001년 이 씨와 부부와 연을 맺은 후 이듬해인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권 CVO는 창업 준비 단계부터 아내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권 CVO가 보유한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씨가 요구한 지분을 모두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스마일게이트홀딩스 2대주주 등극 자체는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 씨가 재산분할로 확보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외부에 팔 경우 권 CVO가 꺼리던 외부 투자자의 경영 참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혼소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변론준비 기일이 진행됐다. 10조원대 이혼소송으로 평가받는 만큼 소송이 끝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의 쟁점은 이 씨가 스마일게이트그룹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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